뇌물주고 대출시도 약사 유죄…은행원 무죄

2025-07-30 13:00:02 게재

1심 법원 “쇼핑백 속 현금 못알아봐 … 인식 후 반환의사”

은행원에게 뇌물을 주고 대출을 받으려 한 약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은행원에게는 무죄 판결을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증재) 혐의로 기소된 약사 조 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수재) 혐의를 받은 은행원 박 모씨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약사 조씨는 2022년 4월 서울 관악구의 A은행 신림역지점 대출담당 직원인 박 모씨에게 45억60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인천 중구의 자신이 소유한 약국의 시설자금 용도였고, 두 사람은 이전부터 대출관계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은행원 박씨는 조씨에게 “대출 희망액 상당의 대출을 받으려면 약국 담보만으로 부족하다”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이 필요하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조씨가 신청한 신용보증 절차가 지연되고, 박씨의 대출승인 확답도 지체됐다. 그러자 조씨는 2022년 4월 21일과 5월 2일 박씨에게 자신의 대출 절차가 잘 이뤄지게 해달다는 부탁과 함께 7만원 상당의 비맥스 메타비 1박스와 현금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두 차례 건넸다. 5월 16일 은행 검사팀이 이를 적발했고, 결국 조씨는 대출을 받지 못했다.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씨에 대해 금품을 주고 부당대출을 받으려 했다고 봤지만, 박씨는 쇼핑백 속 영양제 밑에 놓인 현금을 알아보지 못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에 대해 “자신이 신청한 대출업무의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며 “금품의 액수가 총 4000만원에 이르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유죄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쇼핑백 수령 당시 직무와 관련이 있는 뇌물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다거나, 영득의 의사로 이를 보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여자인 조씨가 피고인에게 자신의 약국에서 파는 영양제라고만 고지했을 뿐 금품이 들어 있다는 언급하지 않았고, 5월 16일 감사팀에 의해 쇼핑백이 적발될 때까지 쇼핑백이 다른 직원에게 노출될 수 있는 피고인 책상 아래 장기간 보관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박씨가 쇼핑백 내용물을 자세히 확인하거나 이상 행동을 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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