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선의 최종안 내라”…미 압박 최고조

2025-07-30 13:00:03 게재

추가양보 요구로 협상 막판 고비

상호관세율 일본 EU 수준이 목표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29일(현지시간)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정부의 경제·통상·외교 수장들은 물론 경제계 인사들까지 미국 워싱턴 DC에 총집결해 미국측을 상대로 무역협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측이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한국측에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지금까지의 협상에 만족하지 못한 미측이 추가 양보를 압박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구 부총리는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의를 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언론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미 미국 출장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 했다. 경제·산업·통상 분야 최고위 당국자 3인방이 모두 워싱턴DC에 모여 미국과의 협상에 뛰어든 것이다.

31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인 구 부총리가 그동안 김정관 장관과 수차례 협의를 이어온 러트닉 장관을 곧바로 만난 것은 양국간 접촉면을 넓히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 뿐이 아니라 조 현 외교부 장관도 30일 미국에 도착해 한미간 외교 분야로까지 접촉면을 확장한다. 조 장관은 방미 이튿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5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도 겸하고 있다.

여기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화 필리조선소를 인수·운영 중인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전날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DC에서 미국측 주요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막판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상호관세 25%를 통보받은 한국이 8월 1일 관세 유예 종료를 코앞에 두고 민관 합동의 전방위 총력 협상전을 펼치는 셈이다.

한국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상호관세율을 일본 유럽연합(EU) 수준인 15%로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일본과 EU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까지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기로 했다. 일본과 EU는 이를 위해 각각 5500억달러, 6000억달러의 대미투자와 미국산 에너지 구입, 자국시장의 일부 개방 등을 약속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러트닉 장관이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당국자에게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관 장관, 여한구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협상 상대방에 대한 압박이자 그간 한국이 제시한 대미 투자 계획 등에 미국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한국은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안했지만 러트닉 장관은 한국에 이의 4배인 4000억달러의 투자를 요구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국정부는 대미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1000억 달러+α’를 확대하는 방안, 정책금융기관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요 교역 상대인 일본 EU와 협상을 완료한 상황에서 협상 타결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범·김형선·성홍식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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