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청년멘토

청년의 눈으로 박물관을 새롭게 설명하다

2025-07-31 13:00:01 게재

국립중앙박물관 ‘국중박 플레이리스트’ 주목 … “박물관, MZ세대와 함께 성장”

“청년의 감각으로 문화유산을 새롭게 설명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이 운영하는 ‘청년멘토의 국중박 플레이리스트’가 이러한 물음에 응답하고 있다. 전시해설자로 활동 중인 20대 청년멘토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재해석한 영상들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와 교육 플랫폼 ‘모두(MODU)’를 통해 공개되며 주목을 끌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청년멘토들. 왼쪽부터 정영주씨, 이서린씨, 최현서씨. 사진 이의종

2025년 상반기 청년멘토 189명 중 선발된 3명이 주인공으로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세대의 시선으로 박물관 소장품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소개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기획됐다. 청년멘토들이 직접 유물 선정 등 기획과 해설을 맡으며 국립중앙박물관 콘텐츠 제작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첫 사례다.

이소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 영상콘텐츠 담당자는 “청년멘토의 국중박 플레이리스트는 시대순이나 유형별 분류를 넘어 청년 각자의 시선으로 박물관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법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의 박물관이 일방적 전달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관람자가 주체로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박물관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영상에 참여한 청년멘토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주제를 설정하고 소장품을 해석했다. 이서린(20)씨는 ‘문화유산에 담긴 바람’을 주제로 한중일 삼국의 유물을 통해 사람들의 소망을 들여다봤다. 이씨는 “진흥왕 순수비에는 왕의 결의가, 중국 유물인 장옥에는 사후의 평안에 대한 기원이, 일본 유물인 도카이도 53개 역참에는 여행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면서 “문화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기록임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현서(21)씨는 ‘무덤에서 찾아보는 문화유산’을 주제로 관람객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유물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 나갔다. 그는 “문화유산은 우리와 먼 과거 속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과 이어져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며 “예를 들어 ‘금 새날개 모양 관꾸미개’는 블랙핑크 제니의 뮤직비디오 의상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팝 같은 문화생활이 문화유산과 맞닿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정영주(23)씨는 ‘고려, 문화유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씨는 “문화유산 속 이야기와 개인의 시선이 만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공감이 생기고 과거와 지금이 연결될 수 있다”며 “관람객 안에서 이야기가 살아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청년멘토들에게 이번 영상 제작은 단순한 콘텐츠 참여를 넘어 박물관을 더 깊이 이해하고, 문화유산과 더 가까워지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씨는 “박물관을 자주 접하면서 지식이 쌓이고, 유물들 간의 관계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시 콘텐츠를 새로운 형식으로 기획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청년멘토 활동이 대외활동의 시작이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청년멘토 제도는 2012년 시작된 이래 청년 약 3700명이 참여해 초·중·고 단체 관람객 약 60만명을 안내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통해 전시해설의 질적 다양성을 확대하고 청년세대와 박물관의 접점을 확장해왔다. 임현정 국립중앙박물관 청년멘토 담당자는 “청년멘토는 과거의 유물을 또래의 언어로 해석해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며 “박물관이 MZ세대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콘텐츠 제작을 시작으로, 청년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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