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 대응을 정쟁으로 활용하면 안 돼

2025-07-31 13:00:01 게재

2025년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는 한반도 남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강우량과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산청 서산 광주 가평 지역은 3~4일 동안 집중적으로, 특히 시간당 강수량이 100mm에 육박하는 강한 호우와 도심이나 산악에 집중된 지리적 영향으로 홍수 피해가 극대화했다.

피해규모가 가장 심각했던 산청 지역은 나흘간 800mm에 육박하는 강우량을 기록하며,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단기간에 집중됐다. 특히 지형적으로 지리산 등 고산지대에 둘러싸여 토사 유출 위험이 높은데 시간당 강우량이 100mm 이상으로 내리는 바람에 많은 산사태를 유발했다.

지형적으로 협곡과 급경사 지대가 많아 토석류가 지천에서 발생했다. 이 홍수량이 신등천 양천 등 본류로 유입되며 하류 지역 피해를 유발했다. 산사태와 토석류를 포함한 급류로 인해 주택 붕괴와 도로 유실,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로 위기 상황이 심각했다.

서산 지역에서는 시간당 114.9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지며 100년 빈도 강우를 초과했다. 본류인 삽교천과 지천의 수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제방이 월류 되고 도심과 농경지가 광범위하게 침수됐다. 특히 지천 범람이 도심 저지대 침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하천 인접 지역의 주택과 상가 피해가 컸다. 광주의 경우 지천의 내수 배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시간 강우가 지속되며 배수로 역류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7월 17일 하루에만도 최대 강수량이 386mm 이상 기록되었고, 시간당 강우량은 일부 지역에서 80~86mm의 극한 호우가 발생했다. 본류 수위 상승과 지천의 유입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하천 범람이 가속화되었고 도시 기반시설의 한계를 드러냈다. 가평 역시 시간당 76mm의 폭우와 200mm 이상의 일강수량으로 △본류와 지천의 동시 범람 △산사태 △구조 활동 지연 등 복합재난 상황을 겪었다. 관광지 및 산악지형이라는 지역 특성은 재난 대응 지연과 인명 피해의 심화를 초래했으며, 이를 고려한 안전관리 방안이 절실하다.

이번 홍수는 △본류와 지천의 동시 범람 △장시간 강우 지속 △도시 배수 능력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재난이었다. 향후에는 △설계빈도 상향 △도시 지역의 내수침수 대응체계 강화 △본류-지천 연계형 홍수 예측 시스템 구축 등 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기후적응기술을 적용해 우리 사회의 기후 적응력과 복원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또다시 4대강 사업 유효성을 꺼내 들었다. 강정고령보 달성보 등 낙동강 본류 인근에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사례는 4대강 사업 치수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대전 사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거론된다. 준설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하지만 대전의 누적 강수량은 268.1mm에 그쳐 800mm에 육박한 산청(794.0mm) 등 실제 수해 지역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준설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녹조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켜 실패한 사업으로 이야기되는 4대강 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 효과적인 대응은 객관적 분석과 과학적 검증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을 둘러싼 논의는 정치가 아닌 정책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