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명과학 기업의 성장전략

2025-07-31 13:00:01 게재

생명과학 기술 바탕으로 인간의 삶 향상과 사회적 문제 해결의 비전 공유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Biotechnology)을 활용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산업으로 일본에서 의료 농업 식품 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플랫폼 기반 신약 개발의 선두주자

‘펩타이드림’은 도쿄대학교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으로 제약·신약 개발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학술 연구의 성과를 상업화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창업한 지 불과 10여년 만에 기술력 수익성 자본 효율성 모든 면에서 다른 신약개발벤처를 능가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2개 이상 연결된 화합물로 단백질보다 크기가 작고 몸속에서 신호전달 호르몬 면역반응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펩타이드림이 개발한 독자적인 신약개발 플랫폼인 ‘PDPS(Peptide Discovery Platform System)’는 수천만 종류에 달하는 펩타이드 후보 중에서 표적에 대해 높은 선택성과 친화성을 가진 화합물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플랫폼은 단기간에 고효율로 초기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이와 같은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는 전세계적으로도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다케다제약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과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활발히 체결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공동 연구 계약 및 라이선스 수익을 통해 수익 구조가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향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신약개발벤처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일 파이프라인 의존’이라는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2017년부터는 파트너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다음 단계의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사의 강점인 PDPS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로 ‘방사능 의약품(RI)’ 사업에 주목했다.

자사에서 개발부터 제조, 판매까지 통제할 수 있는 RI 사업과, 개발비용 부담이 적은 신약개발 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사업을 전환해 더욱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박사학위 소지자의 비율이 전체의 45% 이상에 달하며, 외국 국적 연구자나 여성 관리자도 다수 재직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과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조직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학에서 출발한 연구성과가 사회에 실현되고 수익화에도 성공한 드문 사례로서 앞으로 일본 라이프 사이언스 산업의 모범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플랫폼형 신약개발 기업으로 다음 단계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브로콜리부터 팬지까지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끄는 창립 110주년을 맞는 사카타의 씨앗. 출처 사카타 홈페이지

일본 바이오 혁신 기업, 유글레나

유글레나는 미세조류인 ‘유글레나(Euglena)’를 사명으로 사용하는 기업이다. 유글레나는 식물과 동물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단세포 생물로 빛이 있을 때는 광합성을 하고, 없을 때는 먹이를 섭취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종종 동식물의 중간생물로 불린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야외에서 유글레나를 대량 배양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생산·품질 관리, 관련 제품의 제조 및 판매까지 하고 있다. 유글레나에 포함된 59종의 영양소를 활용해 건강식품과 화장품 분야에서 출발했으며 현재는 환경 헬스케어 바이오연료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

이 회사 역시 도쿄대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된 벤처기업이다. 창업자인 이즈모 미쓰루(出雲充)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글레나는 사람과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지속가능성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가는 회사다. 최고미래책임자의 존재 또한 이러한 기업문화를 상징하며 젊은 세대의 시각을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비전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건강식품 및 서플리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에는 환경과 에너지 사업으로 큰 전환을 이루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차세대 바이오디젤 연료인 ‘서스테오(Susteo)’다. ‘Susteo’는 ‘환경파괴 없는(Sustainable)+오일(Oil)’의 합성어로 단순한 기술개념이 아닌 실질적 상용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석유 기반 에너지에서 탈피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서스테오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지속가능한 연료로 설계되었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CO₂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을 활용해 환경부담 감소 효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였다.

이러한 지속가능성 중심의 사업 모델은 일본은 물론 해외 기업과 지자체에도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유글레나는 2024년 회계연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했으나 향후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바이오 연료는 미래성장성이 큰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핵심이다.

지속가능 농업 이끄는 사카타의 씨앗

브로콜리는 일본 농림수산성에 의해 2026년도부터 국민 생활에 중요한 품목으로 간주되어 ‘지정 채소’로 선정되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현재 전세계 브로콜리 종자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종자전문회사인 주식회사 ‘사카타의 씨앗’의 품종 개발과 보급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사카타는 앞서 소개한 두 회사와는 달리 2023년에 창립 110주년을 맞이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급의 종자기업이다. 이 회사는 채소 꽃 농작물 종자의 연구개발 생산 유통을 포함한 전 과정을 담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창업자인 사카타 다케오는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여야 한다’ ‘종묘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현재 사카타는 세계 170개국 이상에 종자와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브로콜리 양배추 토마토 팬지 베고니아 등 주요 품종의 육종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각국의 기후변화와 소비자 취향에 맞춘 맞춤형 품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통 농업에 바이오기술을 접목해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다양한 나라에서 시장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개발, 스마트농업과의 연계, 유전자 편집기술의 도입 등을 통해 바이오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종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농업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생산 기술과 친환경 품종을 갖춘 종자 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사카타는 기술력, 매출 규모, 해외 경쟁력 측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실적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5월기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935억엔, 연결 영업이익은 5% 증가한 11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멕시코와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채소 및 화훼 종자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사카타의 씨앗은 단순한 종자공급을 넘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농업 솔루션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세계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 펩타이드림 유글레나 사카타의 씨앗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생명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펩타이드림은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고, 유글레나는 건강과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사카타의 씨앗은 식량안보를 위한 고부가가치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바이오산업이 기술력과 사회적 책임을 융합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기업들이다.

브로콜리부터 팬지까지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끄는 창립 110주년을 맞는 사카타의 씨앗. 출처 사카타 홈페이지
양경렬 Yang GyungYeol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