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산 해수부’ 비효율을 줄이려면
이재명정부는 19개 중앙정부 부처 중 해양수산부만 부산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고 빠른 속도로 집행하고 있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북극항로 전도사 역할을 자임한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말처럼 ‘1000년만에 다가온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 해수부가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잦은 출장’같이 예상되는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면서 비효율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는 예산협의 방식을 바꾸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록된 해수부 직원들의 세종시 관내출장은 1만6000여건이었다. 예산과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들을 방문한 것이다. 모두 세종정부청사 안에 모여 있으니 등록을 하지 않고도 수시로 다닌다. 기록된 것의 2배 수준인 3만여회 관내출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추정이다. 650여명 해수부 공무원들을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약 50건의 관내 출장이 있었던 셈이다.
해수부가 홀로 부산에 자리잡으면 차비 들이지 않고 다른 부처를 오가면서 할 수 있던 관내출장이 여비가 들어가고 한나절 걸리는 출장으로 바뀌게 된다. 부산-세종 KTX 고속열차 일반실 요금 4만2200원 기준으로 보면 왕복 약 8만5000원, 연간 3만건 출장이면 25억원의 비용이 든다. 돈도 문제지만 시간은 더 문제다. 부산에서 오송역까지 2시간,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는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50분 이상 걸린다. 업무를 보고 부산으로 복귀하면 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기재부와 예산 협의 구조만 바꿔줘도 이런 비효율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 과별로 기재부와 예산을 협의하는 방식 대신 해수부 전체 예산을 총액으로 배정하고, 과별 예산은 총액 범위에서 해수부가 자율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과학기술부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운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노무현정부 시절 4차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자며 과기부 과학혁신본부에 ‘특별한 임무’를 줬고 국가 R&D 예산을 총액으로 배정해 운용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안을 낸 사람은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이었던 김태유 교수였다.
신성장동력 마련과 국가균형발전전략이라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전선 부산으로 옮기는 해수부에게도 특별한 임무에 걸맞은 특별한 일 방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수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