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 에너지 7500억달러 구매는 실현 불가”

2025-07-31 13:00:01 게재

“작년보다 수입 3배 늘려야”

대미 의존도 21→70% 급증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타결한 무역합의에서 15% 관세율을 받아내는 대가로 약속한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는 실현 불가능하며, 미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방안이란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EU의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전체 수입량 3150억유로(약 504조원) 가운데 미국산은 650억유로(약 104조원), 약 21%를 차지했다.

EU는 지난 27일 미국에 연간 2500억달러(2150억유로)씩, 총 7500억달러(6450억유로·약 1036조원) 규모로 에너지를 구입하기로 했다.

작년 수치와 비교하면, 이 합의가 현실화하려면 미국산 수입량을 650억유로에서 2150억유로로, 3.3배가량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작년 전체 수입금액 대비 미국산 의존도는 21%에서 약 70%로 치솟게 된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유럽 전반적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시장의 과잉 공급량 흡수 능력 등을 고려하면 “성취 불가능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EU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위기를 겪고서는 공급망 다각화에 힘썼다. 이제 와 미국산 수입량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이런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IEEFA도 이날 보고서 제목을 ‘EU의 단일 공급국 과잉 의존 위험에 따른 데자뷔’라고 달았다.

보고서는 미-EU 합의 주체인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구매를 직접 관장하지 않으며 그럴 권한도 없다고 짚었다. 유럽 민간 에너지기업이 나서서 투자하지지 않으면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는 애초 실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유럽 내 환경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EEB 관계자도 EU 옵서버에 “미국산 수입량을 3년 만에 세 배로 늘리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EU의 중기적 탈탄소화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IEEFA도 7500억달러를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 대신 재생에너지에 투입하면 EU의 전체 태양광·풍력 발전 용량이 현재보다 90%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비판이 고조되자 EU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산 수입량을 가능한 한 빨리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EU의 중장기 정책엔 변함이 없다면서 미국과 관세합의가 “EU의 탈탄소화 의지를 약화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집행뒤는 미국에 약속한 연 2500억달러 산출 근거와 관련, LNG·석유 수입 외에 핵연료와 관련 서비스 비용을 포함하면 미국산 수입 규모가 현재도 이미 연간 900억~1000억달러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약 260억달러(227억 유로) 상당에 해당하는 러시아산 화석연료·핵연료 수입량을 미국산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둘을 합해도 연 2500억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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