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호화폐 규제 로드맵 첫 공개
“경제 핵심축 육성” 선언
가족 이해관계 논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암호화폐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첫 공식 보고서가 31일(현지시간) 공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출범한 태스크포스(TF)의 첫 결과물로, 정부 차원의 규제 및 입법 로드맵을 제시한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록체인 기반 주식·채권 발행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을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가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포괄적 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행정부의 입법 희망사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태스크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 하인스 정책보좌관이 주도하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폴 앳킨스 SEC 위원장,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등 핵심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토랩스(Jito Labs) 최고법률책임자 리베카 레티그는 “지금까지 산업을 부분적으로 허용해온 임시적 규제 체계에서 벗어나, 암호화폐가 경제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스스로를 “암호화폐 대통령”으로 자처하며 디지털 자산 채택을 적극 장려해왔다. 이는 업계에 강경 대응을 펼쳤던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정반대 노선이다. 바이든 정부는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해당 소송들을 일괄 철회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핵심 의제는 ‘토큰화(tokenization)’다.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기술은 거래 효율성 제고 방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로이터에 SEC로부터 블록체인 기반 주식 발행 승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나, SEC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번 보고서는 SEC의 토큰화 관련 명확한 제도 마련 필요성을 인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 문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 의회에서 심의 중인 시장구조법안에 대한 백악관의 기대사항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 하원은 이달 초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클래러티법(Clarity Act)’을 통과시켰으며, 상원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스테이블코인(달러 연동 암호화폐)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법안에 서명하며 디지털 자산 업계의 큰 승리를 이끌어냈다. 백악관은 이를 발판으로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입법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며, 이는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 업계는 그동안 기존 미국 금융 규제가 디지털 자산의 특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토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혹은 스테이블코인처럼 새로운 범주에 속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새로운 입법 체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의 암호화폐 관련 이해관계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일가는 암호화폐 밈 코인을 출시했으며, 대통령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라는 암호화폐 플랫폼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