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쌀·소고기 추가 개방 막았다
일본과 상황달라 쌀 수입 확대될 경우 재정 부담 커 … 이재명정부 첫 농정 위기 모면
미국과 관세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미국쌀과 소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농가들의 우려도 일제히 해소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압박하면서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31일 한국 대표단은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수입 문제는 추가 협상없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일본과 관세 협상에서 쌀 개방을 압박하면서 국내 쌀 시장 개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23일(현지시각) 기존 쌀 수입 물량(할당저율관세·TRQ)인 약 77만톤을 유지하면서 그중 미국산 수입 비율(45% 수준)만 확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관세가 0% 적용되는 TRQ 물량은 그대로 유지해 농민들의 피해는 방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쌀 수입 협상은 일본과는 다른 조건이다. 한국이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릴 경우 5개국에 적용한 TRQ를 일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8700톤 규모의 쌀을 TRQ 형태로 수입하면서 국가별 쿼터를 고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약 38%(15만톤), 미국이 32%(13만톤)를 차지한다. 특정국에 배정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약 2만톤 수준이다.
국내에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리더라도 다른 나라 수입량을 줄일 수 없게 된다. 기존 쿼터 보유국(미국 중국 태국 호주 베트남) 5개국 모두 동의가 있어야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쿼터 내에서 미국산 쌀 비중을 확대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미국산 쌀 수입 개방 협상 타결 이후 농업계에서도 수용적인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쌀 생산 기반 구축과 농산물 시장 개방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다. 쌀 생산조정과 농가소득 보상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농업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어 실제 농가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내에서는 쌀 시장 개방의 효과가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쌀 추가 수입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쌀 총량이 늘어난다. 이는 쌀 저장창고 확보와 정부의 비축미 증가 등의 문제를 낳는다.
이로 인해 쌀값이 떨어질 경우 정부가 시장의 쌀을 의무 매입하는 양곡법개정안도 곧 시행될 것으로 보여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쌀 문제가 추가 논의되지 않으면서 이재명정부의 첫 농정이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