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거꾸로 가는 자본시장 세제

2025-07-31 13:00:07 게재

이재명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발표된다. 이미 초안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태여서 내용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 개편안의 핵심은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의 정상화다.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및 증권거래세 인상 등이 그것이다.

법인세 인상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세금을 깎아 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란 주장을 대체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임 정부의 감세조치로 효과는 없고 세수 기반이 무너졌다”(민주당 진성준 의원)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이재명정부의 첫 세제개편안, 부자감세의 정상화에 방점

물론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야당과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란 이론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에 누구 주장이 옳은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민주당으로선 자기 철학에 맞게 국정운영을 하고 그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자본시장 세제 개편안이다. 그 핵심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 확대 및 증권거래세율 인상이다. 주식 양도세는 윤석열정부에서 상장 주식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냈는데, 앞으로는 10억원 이상 보유자도 주식 양도세를 내도록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증권거래세율도 현행 0.15%에서 0.18%로 인상한다.

주식 양도세는 불합리한 세제다. 가령 상장 주식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과 달리 두 종목을 5억원씩 보유한 사람은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연말에 보유 종목 일부를 팔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연초에 되사들여 10억원 이상 보유해도 양도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문재인정부 시절 도입한 게 바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다. 국내 상장주식이나 주식형펀드 등에 투자해 벌어들인 소득이 5000만원 이상일 때 과세하는 세금이다.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든 두 종목을 5억원씩 보유하든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실현하면 내야 한다.

더욱이 금투세 부과 대상도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증시 활황 당시 주요 5개 증권사 고객 가운데 수익 5000만원 이상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또 금투세 체제에서는 현재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10억원이 적정한지를 두고 벌어지는 민주당 내부의 논란도 의미 없어진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매각 금액에 세율을 곱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율은 2021년 0.25%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인하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가 윤석열정부에서 폐기됐으니 증권거래세율을 다시 올리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손실을 보면서 주식을 팔아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당연히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없는 후진적인 세제다.

불합리한 주식 양도세제, 금투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인하가 정답

윤석열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밀어붙일 때의 명분은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손들의 이탈로 증시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민주당도 끝내 이에 동의했다. 동학개미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는 해도 민주당의 자기부정은 실망스러웠다.

답은 분명하다. 금투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인하만이 답이다. 생각해보라. 국내 투자자들이 22%의 양도세를 굳이 부담하면서도 미국 시장에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 시장처럼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면 수익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금투세 부담 때문에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윤영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