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피의자 신병확보, 특검수사 속도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구속 … ‘건진법사 청탁 의혹’ 수사 탄력
이상민 구속 여부 이르면 오늘 결정 … 국무위원 수사 확대 전망
3대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확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의혹을 규명할 핵심인사들이 구속되면서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앞서 지난 28일 이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소방청 등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단전·단수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전 장관의 지시가 전달된 것만으로도 소방청장 등에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되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무위원이 구속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내란 공범 의혹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수사 개시 이후 우선 내란 주요 가담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날 예정이었던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을 잇달아 추가 기소해 구속기간을 연장했다. 또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해 특검의 수사기간 동안 그를 구속 상태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신변 안전 위해 급하게 청구했던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전날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 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정 부장판사는 특검팀이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한 윤씨의 구속영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윤씨는 2022년 4~8월경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김 여사에게 건네고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YTN 인수, 유엔 제5 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윤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특검팀은 통일교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등 건진법사 청탁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 모씨도 같은 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검팀이 청구한 이 씨의 구속영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전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씨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이들은 2023년 5~6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총 36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투자자들을 속이는 과정에 김 여사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특검팀이 이들과 함께 청구한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에게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특검팀은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의 구속영장도 청구했지만 그가 도주하는 바람에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해외 도피 중인 김예성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에 나섰다.
한편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모해위증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이 국회와 법원에서 위증을 반복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