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 외압 확인, 이종섭만 남았다

2025-07-31 13:00:15 게재

해병특검 조사시 ‘키맨’ 임기훈 “윤, 화내며 이종섭 질책” 증언

조태용 전 원장 ‘윤 격노’ 인정 … 특검 “김 여사도 비화폰 사용”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특검팀)이 수사외압 상황을 잇따라 확인한 가운데 조만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자마자 격노하면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크게 질책했다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의 특검 진술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윤 격노’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서는 등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비서관은 지난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뒤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에게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당시 회의 막바지에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료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을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면서 당장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크게 질책했다고 임 전 비서관은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그간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왔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사실을 2년 만에 밝힌 것이다.

임 전 비서관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자신이 전달한 것 같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5시께 김 전 사령관과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VIP 격노설’을 처음으로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김 전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전달받았다고 밝혀왔다.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했을 때 회의실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임 전 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29일 특검 조사를 받은 조 전 실장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종섭 전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을 한 것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이다. 이 전화는 2분 48초 동안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종료되고 18초 뒤인 오전 11시 57분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초동조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그간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질책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전 장관은 또한 채상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는 오롯이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임기훈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사실상 윤 전 대통령에게 질책받은 결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해병대 수사단은 초동조사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했지만, 국방부는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 이후 재검토를 거쳐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판단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측은 31일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오늘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조사 일정과 관련하여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순직해병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 특검보는 김 여사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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