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트럼프 압박과 소수 이견에도 매파적 기조 유지

2025-07-31 13:00:19 게재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 차단한 ‘신중론’

“9월 회의에 대해 결정 내린 것 없어”

뉴욕 증시 하락 … 국채금리·달러화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0일(현지시간) 관세 정책 영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금리를 또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과 연준 위원들의 소수 이견에도 여전히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오히려 소수 의견이 2명에서 더 나타나지 않았고, 파월 의장이 9월 인하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고 발언하는 등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한 신중론이 부각하면서 9월 금리인하 기대는 소폭 후퇴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7월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5회 연속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AFP = 연합뉴스

◆‘불확실성 높은 상태’ 경제 상황 부정적으로 바뀜 =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4.25~4.50%로 동결하며 올해 5회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0.25% 인하 의견이 2명 있었다. 그동안 금리인하를 강하게 주장해 왔던 미셸 보우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두 명의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이들의 반대는 예상됐던 사항이다. 오히려 소수 의견이 2명에서 더 나타나지 않았고 파월 의장 또한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대다수 위원들은 파월의 전망과 일치한다는 점에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 기대가 줄었다.

7월 성명서에서는 경기에 대한 전망을 낮췄다. 6월 FOMC와 비교했을 때, 경제 활동에 대한 평가가 ‘견조한 성장’에서 ‘상반기 동안 완만하게 둔화’로 수정된 점이 두드러졌다. 기존의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expand at a solid pace)”는 표현을 “상반기 동안 완만해졌다(moderated)”는 문구로 바꾸며 경기에 대한 시각이 종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했다. 또 지난 성명서의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줄었지만(diminished) 여전히 높다”는 표현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로 바꿔 지난 회의보다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명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그 과정은 효율적이어야 한다(ideally we do it efficiently)”고 언급했다. “너무 이르면 물가를 다 잡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고, 너무 늦으면 노동시장에 피해를 준다”며, 통화정책 전환 시기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세 인플레이션은 일시적(short-lived)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그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공급과 수요가 유사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으며, 여전히 최대고용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 통화정책 조정은 “중립 수준에 가까운 조정”이 될 것이라며, 향후 방향성은 인하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속도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3.0% 성장하며 컨센서스(2.5%)를 상회했다. 하지만 수입 급감에 따른 순수출 확대가 성장에 주요한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민간 소비 지출도 소폭 증가했지만 기업의 투자는 둔화되었다. 완만한 수준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성장의 사이클이 이어질지는 다소 의문이다.

◆관세 가격 전가율과 고용시장 지표 중요해져 = 파월 의장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파월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관세발 재화 인플레 극초기 단계”이며 “기업은 가능할 때마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가격 인상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관세의 소비자 가격전가 리스크를 우려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파월의장은 금리정책 결정에 있어 늘 강조하는 데이터와 관련하여 이번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 때까지 데이터가 명확할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라고 발언함으로써 관세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정확히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매파적 입장을 보였다.

이 밖에도 “독립적인 중앙은행, 국민에게 큰 도움됐다 생각”이라는 발언도 함으로써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 등 연준흔들기에 대한 불만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9월 금리인하와 관련해 관세의 가격 전가율과 고용시장 지표가 더 중요해졌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소비자 가격 전가율 혹은 전가 속도와 함께 고용시장, 특히 파월 의장이 언급한 실업률 수준이 중요하다”며 “8~9월 발표된 주요 물가지표에서 관세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정말 전가되는 흐름이 가시적으로 확인될지가 9월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171.71 포인트(-0.38%) 내린 44,461.2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7.96 포인트(-0.12%) 내린 6,362.90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31.38 포인트(0.15%) 오른 21,129.67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발표 때까지 전장 대비 강세를 유지하던 S&P 500 지수는 파월 의장 회견 이후 장중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들어 역성장했던 미국 경제가 2분기 들어 성장세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3.0%(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0.5%)에서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관세 정책 영향에 따른 수입 급감에 따른 것으로, 미국 경제 수요의 기조적 흐름은 약화하는 조짐을 나타냈다.

RWA 웰스파트너스의 JP 파워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정책 의결문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관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오늘 2분기 성장률 발표를 보더라도 경제지표에 얼마나 잡음(noise)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 회견 후 연준이 9월 회의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확률을 35%에서 54%로 높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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