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 모색”

2025-07-31 21:45:56 게재

대통령실 “재생에너지 잠재량 풍부한 전남권을 혁신기지로”

“전기화 시대, 재생에너지 늘면 지금 전력체계 변화 불가피”

예산 2천억원 투입해 시범사업 “에너지를 제2의 반도체로”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용산 식당에서 오찬

이재명 대통령, 용산 식당에서 오찬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식당에서 참모진과 점심 식사 후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혁명 때문에 전력망 개선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매우 시급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에 △현재 전력 지형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서 장거리 송전의 비효율성을 낮추고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남권을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전남권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데다 전력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가오는 전기화 시대의 주역으로 재생에너지가 꼽히는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경우 일부 지역에서 대형발전소로 전기를 만들어 전국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지금의 전력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소규모 전력망을 전국에 만들어 송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분산 에너지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전남 지역이 이런 시대를 대비하는 첫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김 실장은 △전남 지역의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산단으로 조성 △전남의 대학 캠퍼스와 스마트팜, 공항, 군부대 등에도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이를 다방향으로 연결해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하는 시범사업 진행 △한국에너지공대·전남대·광주과학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K-그리드 인재 창업 밸리 조성 등을 제시했다.

마이크로그리드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남으면 저장하고, 모자라면 저장해 두었던 전기를 사용해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작은 전력망을 말한다.

정부예산은 일단 2000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이를 통해 전력 강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전력기술과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해 에너지 사업을 장차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든다는 것이 대통령의 구상”이라며 “전기가 그 자체로 성장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같은 날 새벽에 이뤄진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후속 조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통상 질서 재편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관계 부처는 국민의 우려 사항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약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수 비중 확대 그리고 수출 시장 다변화와 같은 필요한 조치들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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