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 칩에 보안취약점 없다”
중 “칩에 추적·차단 기능”에
“원격 제어 불가능” 반박
엔비디아가 중국 당국의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한 보안 우려 제기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사이버 보안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 칩에는 외부에서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도어란 정상적인 인증 절차 없이 기기 내부에 침투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뜻한다.
앞서 같은 날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해당 기업의 AI 칩이 위치 추적 기능을 탑재했고, 원격으로 차단이 가능한 구조”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해 보안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AC는 “이러한 보안 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기술문서를 제출하라”고 엔비디아 측에 요구했다.
문제가 된 H20 칩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설계한 제품이다. 올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금수조치로 출하가 중단됐다가 정책 선회에 따라 이달 초부터 수출이 재개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수출 재개 직후 방중해 중국 정부 관계자와 주요 고객들을 잇달아 만나며 “규제를 준수한 설계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CAC는 이번 발표에서 문제를 제기한 ‘미국 전문가’가 누구인지, 실제로 중국 내 테스트 결과가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기술 정책 전문가인 폴 트리올로(DGA-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는 “백도어 존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번 주장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논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재개 결정 이후 중국 내 사업 정상화를 모색하던 엔비디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H20 칩은 제조를 재개한 이후 고객사 출하까지 약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고객 사이에선 “미국이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 의회에서는 최근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이 수출하는 칩에 위치 추적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자국 기업에 국산 AI 칩 우선 구매를 장려하는 비공식 지침을 내리고 있으며, 화웨이 바이런 캠브리콘 등이 수혜를 입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금수조치를 해제한 이후에도, 미국 안팎에서는 H20 칩의 대중 수출이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리올로는 “미중 양국 모두에서 H20 재판매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며 “미국에선 안보 우려, 중국에선 국산화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