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도 스테이블코인 시대 개막

2025-08-01 13:00:05 게재

8월 1일부터 허가제 가동

50개 업체가 관심 표명

홍콩이 8월 2일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에 대한 정식 규제 체계를 시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육성 정책 발표 이후 아시아 각국이 관련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홍콩이 독자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판매, 마케팅을 감독하는 법적 체계가 8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라이선스 조기 신청 마감일은 9월 30일이며, 첫 승인 결과는 내년 초 공개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미국 역사상 첫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GENIUS) 법안’에 서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당시 “미국이 글로벌 금융과 암호화폐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상당 부분이 미 달러화에 연동되어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한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은 관련 기술의 ‘규제 실험장’ 기능을 담당해왔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각국이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홍콩 역시 자체 허가제 도입을 통해 시장 정비에 나선 셈이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 달러 기반 결제시스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목표와 맞닿아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결제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최소 2500만 홍콩달러(약 43억원)의 납입자본금과 고유동성·고품질 자산을 담보로 한 100% 준비금 체계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관리 등 엄격한 규제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최대 50개 업체가 신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국이 “라이선스 진입 문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한 만큼, 실제 승인 대상은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 예정 업체로는 중국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의 해외사업 부문,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JD.com) 계열사, 전 HKMA 총재 노먼 찬이 공동 설립한 RD이노테크 등이 거론된다.

RD이노테크 대변인은 이메일 답변에서 “우선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기업 간(B2B)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번 규제 체계가 향후 역외 위안화 토큰화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의 결제 전문업체 엑스트랜스퍼도 홍콩의 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월 100억홍콩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결제를 처리하는 이 회사의 덩샤오 대표는 “현재 은행이 해외 송금 건당 15~50홍콩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몇 센트 수준으로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콩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홍콩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영 싱크탱크인 상하이금융연구원(SFI)의 류샤오춘 부원장은 “홍콩 시장 규모의 한계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과잉공급이나 투기성 거래가 유동성을 교란할 위험이 있다”며 “결제 실패 시 더 큰 금융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의 앤젤라 앙 아시아 정책 총괄은 “홍콩 당국이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상업적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번 제도 하에서 초기 승인을 받는 업체는 ‘선별된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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