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구속…국무위원 수사 탄력

2025-08-01 13:00:09 게재

법원 ‘증거 인멸할 우려’ 영장 발부 … ‘내란 공범’ 인정

내란 가담·방조 의혹 한덕수·박성재 등 수사 속도 전망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법원이 내란 공모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에 가담했거나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는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장관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8일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 주무 장관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나아가 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하는 등 언론의 자유와 국민 생명·안전권을 침해하는 ‘국헌 문란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순차적으로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또 실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 전 장관의 지시가 허석곤 소방청장을 거쳐 중간간부들에게 전달된 것만으로도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에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들고 한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측은 4시간 가량 진행된 영장 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서 단전·단수 등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소방청에 전달하지도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행안부 장관은 소방청장을 구체적으로 지휘할 직무상 권한이 없는 만큼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반면 특검팀은 이윤제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를 비롯한 7명의 검사가 참석해 160여쪽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쪽의 주장을 검토한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비상계엄 당시 군대 동원에 관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이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 국무위원 중 내란과 관련해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이 전 장관을 사실상 내란 공범으로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한 전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특검 수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소집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가담 내지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한 전 총리를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등 혐의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한 전 총리 주거지와 국무총리 공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공모하고 실행에 관여한 공범으로 묶어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이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은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안가에서 모임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 비상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김 전 수석은 이 모임 다음날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에게 연락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한다’는 점을 알렸고, 강 전 실장은 뒤늦게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부서가 포함된 새로운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비상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문서를 받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등도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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