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이 대통령, 다음 시험대는 한미정상회담

2025-08-01 13:00:10 게재

국방비 증액-한미동맹 현대화 등 민감 주제 논의

밀려드는 ‘안보 청구서’에 실용외교 접근법 주목

“역사에 죄 짓지 말아야” 이 대통령, 협상 막판 당부

한미 관세 협상 후 한미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5% 관세 타결에 “한 고비 넘겼다”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또 한번 외교 시험대에 서게 된다.

특히 관세 협상 초반에 거론됐다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안보 관련 이슈들이 정상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민감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용산 식당에서 식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식당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권혁기 의전비서관 등 참모진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에 대해 “방미 중인 조 현 외교부장관이 조율중으로 안다”면서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더라”면서 “정상들 일정이 다들 있으니 잘 조정해서 결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만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 대통령은 안보 관련 ‘청구서’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애초엔 한미 간 관세 협상 논의 과정에서도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역할 조정 및 한미 동맹 현대화 문제 등이 함께 논의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미국 측이 관세 협상과 안보 논의를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통령실 내에서도 그에 맞춰 협상에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관세 협상 결과를 전하는 브리핑을 하며 “이번 (관세) 협상은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안보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당장 예상되는 미국의 요구는 국방비 증액이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는 이미 공지의 사실이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방비의 단계적 증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중국 견제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나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 강화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 외에도 북핵 협상 관련 논의,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 등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의제로 꼽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새 정부 국정운영방향 및 고위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고위공직자 대상 특강을 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관세 협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개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가 이빨이 흔들려서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 인줄 알더라”면서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했던 것”이라고 ‘전략적 침묵’을 유지한 배경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리도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서 얼마나 생난리인가”라며 “가까이에 있는 참모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이 협상 막판에 “역사에 죄를 짓지 말자”는 취지의 당부를 한 일을 밝히기도 했다. 강 실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 글에서 방미 협상단과 화상통화를 한 후 이 대통령이 “강 실장님,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는 언급을 했다고 전하며 “대통령의 고심이 읽히는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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