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증시 활성화 vs 부자 감세 논란 확산
최고세율 25%→35%, 배당성향 40%로 상향조정
시장 눈높이 크게 미달 “증시 부양 효과 떨어져”
외국인·기관 순매도 코스피 2.7% 코스닥 3.3%↓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 중 하나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둘러싸고 증시 활성화를 위한 유인인가 부자 감세인가 논란이 커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기업 투자자의 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신 분리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기업 배당을 늘리고 증시로 자금 유입을 촉진해 국내 증시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전격 도입했다.
하지만 최고세율이 당초 기대했던 25%보다 높은 35%로 후퇴하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기준 또한 40%로 올리면서 시장 반응은 차갑다. 증시 부양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스피 3200선 붕괴 = 1일 국내 증시는 전일 한미 관세 협상 영향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영향으로 장 초반 급락했다. 오전 9시 50분 코스피는 전일보다 89.35포인트(2.75%) 하락한 3156.09에서 거래 중이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35.12포인트(1.08%) 떨어진 3210.32로 출발해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928억원, 3688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개인만 6441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전일보다 26.93포인트(3.34%) 내린 778.31에서 거래 중이다. 코스닥은 전일보다 9.00포인트(1.12%) 하락한 796.24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6억원, 368억원 순매도하고 있으며 개인만 918억원 순매수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0원 오른 1,395.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증시는 전날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경제 영향과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주시하며 매물이 출회되는 분위기다.
전날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타결한 관세 협상을 놓고, 최악은 피했지만, 자동차 등 FTA(자유무역협정) 수혜를 본 업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생성되고 있다”며 “게다가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 등이 세제 개편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활성화 위한 도입 맞나? = 전일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기업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액 비율)을 높이고 투자자의 금융자산 형성을 돕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신설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식 배당으로 번 돈에 대해 여타 소득과 별개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연 2000만원 이상 배당·이자소득이 발생하면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최대 45%(지방세 제외)의 누진세율이 적용됐다.
정부 개정안은 배당소득에 종전보다 낮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배당으로 번 돈이 2000만원 이하면 종전과 같은 14%다. 2000만~3억원 구간은 20%를 부과하고, 3억원을 넘는 소득에는 35%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 배당소득으로 5000만원을 벌고 기타 소득을 더해 최고 45%의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자였던 사람은 배당소득에 대해 163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새 세법상으로는 배당소득세가 88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1억원을 배당받으면 3880만원에서 188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분리과세 적용 기준은 해당 기업이 전년보다 배당액이 줄지 않아야 한다. 또 배당성향이 40%를 넘거나 25% 이상인 상장사 중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이 5% 이상 늘어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공모·사모펀드나 부동산투자신탁(리츠), 특수목적법인(SPC)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된다.
당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에 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배당 촉진이라는 정책목표가 있더라도 대주주들이 받는 혜택이 너무 크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이를 감안해 3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적용 세율을 35%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상장사를 350여개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상장사(2629곳)의 13.3% 수준이다. 이 제도에 따라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배당주 상승 랠리가 이어져 왔으나 되레 자금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세수부족과 부자감세 논쟁에 휩싸이며 시장 눈높이에 크게 미달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실망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증시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분리과세안을 반영해 배당주가 고공행진했다”며 “정부안은 시장 기대에 못 치는 만큼 배당주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4월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사 배당소득에 대해 20~25% 저율 과세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부안 변경될까 주목 = 한편 여당에서는 이소영 의원 등이 정부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시장은 여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제도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최소 한 번 이상 배당을 한 428개 기업 중 2024년 배당성향이 35%를 상회하는 기업은 34%에 불과하다”며 “만약 이소영 의원이 언급한 원안대로 소득세법이 바뀐다면 배당성향을 더욱 높이려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세율이 수정되는 결과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세수 감소에 따른 단순 손실보다 자본시장과 경제 활성화에 따른 전체 국민의 이익이 훨씬 크다는 대전제가 있다”며 “세제 개편을 통해 일시적 세수 감소가 나타나더라도 이는 코스피 5000이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피 5000이 달성되면 지금 줄어드는 세금의 몇 배 이상이 거래세, 배당소득세 및 대주주 양도세로 걷힐 것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근본 취지는 장기투자 문화 정착, 우량자금 증시 유입으로 기업 자금조달 원활화,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 일반주주와 지배주주와 이해관계 일치 유도 등 큰 그림에서 보면 세제 혜택을 투자액과 무관하게 부여하는 것이 맞다”며 “시장을 왜곡시키지도 않고 모든 회사에 대해 동일한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