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관세 이어 환율 리스크 온다

2025-08-01 13:00:12 게재

미국발 금리 및 환율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QRA·Quarterly Refunding Announcement)이 시장의 핵심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 재무부의 4분기(8~10월)국채 발행 계획이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관세전쟁이 일단락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환율전쟁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서막이 열린 지금 우리를 비롯한 제조업 강국들에 또 다른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다.

7월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분기 국채발행계획은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총 발행 규모는 무려 1조70억달러로, 2분기(5140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국채 시장에 이 정도의 물량이 쏟아지면 자산시장 전체에 지각변동이 생긴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장기물 비중은 줄고 단기물 중심으로 조정됐는데, 이는 미 정부도 금리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바이백 규모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바이백은 전 분기 300억달러에서 380억달러로 늘었지만 이는 시장이 기대한 수준만 못하다. ‘현금관리 목적’의 바이백도 연간 최대 1500억달러 수준으로 제한됐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유동성 공급 의지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응 수단은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9월 미 증시 조정 변수로 떠오른 대규모 국채 발행

이러한 대규모 국채 발행은 미 국채 수익률을 자극하고 결국 위험자산에서 자금이탈을 유도하는 트리거가 된다. 현재 미국 10년물 금리는 약 4.4%, 30년물은 5%에 근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IB들이 9월 증시조정을 경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서학개미는 물론 국내 기관들 역시 유동성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화정책 발언은 단기적인 금리 방향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최근 백악관에서 “강달러는 듣기엔 좋지만 미국에 돈을 벌어주진 않는다. 약달러가 훨씬 유리하다”며 사실상 약달러 정책을 공식화했다. 그는 “달러가 약해지면 관세 효과는 커지고, 미국의 빚을 갚기 쉬워지며, 금리를 낮추기도 쉬워진다”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노믹스 2.0 전략과 맞물린다. 트럼프노믹스의 양대 축은 ‘미란 보고서’와 ‘프로젝트 2025’다. 전자는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관세를 강화하고, 후자는 금리인하와 약달러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이 구상을 통해 대규모 감세와 재정 확대라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노선을 유지하려 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연준을 사실상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워싱턴 D.C.의 연준 본부를 이례적으로 방문했다. 이는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1975년 제럴드 포드, 2006년 조지 W. 부시 이후 네 번째로 매우 드문 일이다. 겉으로는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 점검이었지만 시장은 이를 ‘금리인하 압박’의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은 미국이 향후 금리와 환율을 도구로 본격적인 ‘통화전쟁’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고물가, 고금리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고, 이를 해소하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약달러 유도다. 약달러는 수출을 촉진시키고, 채무 부담을 경감시키며, 경기부양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흥국,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제가 고스란히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전쟁은 통화가치 하락 경쟁으로 이어지고이는 무역갈등 재점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개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또한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발언이다.

트럼프노믹스의 통화전쟁에 대비해야

지금 우리는 관세전쟁을 간신히 버텨낸 상황에서 또 다른 구조적 위기 앞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환율 리스크와 금리 정책의 향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 증시의 변동성, 달러 약세 흐름, 미 국채 금리, 그리고 트럼프의 정치 행보까지 모든 변수가 하나의 퍼즐로 얽혀 있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단기적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노믹스 2.0은 글로벌 통화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포석일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 영향의 최전선에 서 있다. 관세 다음은 환율이다.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휘둘릴 수밖에 없다.

안찬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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