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 동행 2년…서울시 성적표는?

2025-08-04 13:00:00 게재

의료·건강 오르고 사회통합·주거 하락

체감지표와 거리, 지수 신뢰도 높여야

서울시가 약자동행지수를 발표했다. 의료·건강은 오르고 주거와 사회통합은 소폭 하락했다. 상승·하락 분야에 대한 분석과 함께 지표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4일 발표한 ‘2024 약자동행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지수는 130.6으로 전년(111.0) 대비 17.7% 상승했다. 기준연도인 2022년(100)과 비교하면 30.6% 증가한 수치다. 약자동행지수는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 분야 50개 세부지표로 구성되며 서울연구원이 산출하고 외부 전문가 100인이 검증에 참여한다.

가장 높게 상승한 것은 ‘의료·건강’(156.5) 분야다. 병원안심동행서비스 이용자가 10% 이상 늘었고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도 30% 이상 확대됐다. 정신건강 고위험군 등록관리율도 상승했다. 다음으로 많이 상승한 안전 분야(148.9)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지난해 대비 60% 증가했고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반면에 떨어진 분야도 있다. 사회통합(95.6)은 자원봉사율, 기부 경험률 감소로 하락했고 주거(120.3)도 일부 지표가 부진한 성적으로 보이면서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다.

시 관계자는 “약자동행지수는 시민 삶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정 운영 철학의 핵심”이라며 “관련 예산도 올해 14조76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원 이상 증액됐다고 말했다.

◆‘투입’ 위주 계산법, 평가 한계 = 하지만 지표를 둘러싼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먼저 50.6이나 상승한 ‘의료·건강’ 지수다. 병원동행 등 서울시 자체 의료 서비스는 향상됐지만 2024년은 의정 갈등으로 온 국민이 의료 이용에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그럼에도 해당 지표는 같은 기간 30% 이상 개선됐다.

약자동행지수 평균치도 30.6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난 한해 서울시 약자들의 삶이 전 분야에 걸쳐 30% 이상 개선됐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지표가 시민이 체감하는 현실과 부합하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 동행파트너(오른쪽)가 보호자가 없어 내시경 시술을 받지 못하던 환자와 시술에 앞서 동의서를 작성하고 있다. 병원안심동행은 서울시 의료 건강 분야의 대표적 약자 지원 서비스다. 사진 이제형

건강 분야 역시 단기간 이용자 수가 급증한 개별 사업이 지수 상승의 주요 근거로 쓰인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용자 수는 늘었지만 이를 시민 건강이 개선됐다는 사실과 직접 연결 짓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또 하나는 지표 산정 방식의 구조적 한계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서울시 지수 산정 방식이 ‘예산 투입 대비 성과’라는 단순한 공식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산출 성과와 무관하게 예산만 늘려도 지수가 오를 수 있다. 예산은 늘렸지만 개별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고 이를 통해 단순하게 수혜자 숫자만 늘렸다면 이 또한 왜곡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 내부에서도 약자동행지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행 첫해에 비해 부서별 반영 노력이 시들해졌으며 복지, 청년 등 연관성이 깊은 몇개 부서를 제외하면 평가에서 감점을 면하기 위한 이른바 ‘면피 조항’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지표를 서울시정에 도입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량지표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시도는 타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표의 신뢰성과 설득력 확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의 성과관리 전문가는 ”약자동행지수는 서울시 자체 지표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화자찬이나 성과 과시를 넘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수치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시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표체계 및 지수 산출 방식 등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약자동행지수가 서울시정 전반의 약자동행 정책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나침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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