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반사이익 기대하다 길 잃는다

2025-08-04 13:00:04 게재

“따라 배울 나라가 아직 남아 있기나 하나?” 6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살다 최근 귀국한 인사가 전한 말이다. 영국에서는 정부를 칭찬하는 현지인을 본 적이 없단다. 미국에선 트럼프정부가 주요 교역국을 갈취하듯 두들기는 모습을 보며 ‘동맹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미국인 이웃을 만나지 못했단다.

미국돈 달러를 ‘달라’로 해석한다니 상호협력·국제규범 등도 자국 우선의 조건이 충족된 후에 등장하는 개념이 됐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길을 만드는 실력이 있느냐에 국익이 좌우되는 시대다.

따라 배울 나라가 없다면 만들어 가야 하는 처지다. 내 식구 밥과 일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내 가정과 일터를 지켜줄 수 있는가. 여야는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됐다. 기본만 해도 탄핵당한 전 정부보다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기초·광역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제1야당 당 대표 이후 대선 재수를 통해 대통령이 된 인물이 이끄는 정부다.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보여 실사구시형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구체적이고 빠르게 반응해서 좋긴 한데 말이 너무 앞서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주가 5000’을 그렇게 띄우더니 8월 첫 날 코스피 3.88%, 코스닥 4.03% 폭락에 안절부절이다. 실적이라는 재료 없이 정권 출범 직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으면 하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7월 31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시장심리를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 시한(9월 2일)에 맞춰 충분한 논의없이 나온 개편안이라는 여권 일각의 지적이 맞는다면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집권여당도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 민주당은 2일 새 대표를 선출했다. 대통령 철학에 맞춰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여당의 책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하는 인사는 다 옳다’는 식의 선거용 구호는 접어야 한다. 윤석열정권을 향해 ‘왕이 아니라 대리인을 뽑은 것’이라고 했으면 이재명정부에도 적용되는게 맞는다.

막말과 혐오 표현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인사가 대통령 옆에서 정부의 인사혁신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그게 옳다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바꾸지 말고 국민에게 ‘잘된 인사’라고 자랑해보라.

국민의힘은 당과 국민을 위해서라도 변해야 한다. 특검수사를 받지 않으려고 속옷차림으로 수사를 거부한 전직과 절연하지 못하는 당에 미래가 있을까.

지방선거-대선-총선에서 연패했던 민주당이 2010년 ‘무상급식’ 공약으로 민심을 파고들어 전환점을 만들었던 것을 복기하길 권한다. 민생이슈가 심판론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유리한 구도를 만든 사례다. 여야 야나 반사이익만 좇다가는 외면 받는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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