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곡동 물난리 ‘인재’로 판명
“고장난 시설 장기방치”
민간조사단 결과 발표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구시 북구 노곡동 침수피해는 직관로 수문과 게이트 펌프 등이 고장났으나, 관리기관이 유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로 판명됐다.
대구시는 4일 민간전문가 5명으로 조사단(단장 안승섭 경일대 교수)의 노곡동 침수피해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침수사고의 중요 원인으로 금호강과 직결되는 직관로 수문 개도율이 저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곡동 마을을 관통하는 직관로 수문은 평상시와 강우 초기에는 마을의 우수를 금호강으로 직배수하기 위해 100% 개방해야 하지만 수문 고장으로 개방할 수 없었다는 것.
조사단에 따르면 대구시 도시관리본부는 직관로 수문을 임시 조치해 고정하고 있었으나 침수사고 발생 이전인 지난달 11일부터 통수단면적의 3.18%만 개도(수문높이의 7.95㎝ 개방)해 직관로의 배수능력을 상실했다.
또 제진기 막힘현상 발생에 따른 작동기능 저하도 침수피해를 키웠다. 직관로 수문 고장으로 상류유역 홍수류와 유송잡물이 직관로 옆 제진기 입구로 유입되면서 제진기 정상작동을 방해했다.
북구가 관리하는 마을 상류 고지배수로 입구에 설치된 침사지 운영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지배수로 침사지 수문운영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고, 수문개방도 부적정했다는 것이다.
‘재해예방을 위한 고지배수로 운영관리지침’에는 상류산지유역의 홍수유출량은 터널고지배수로를 통해 금호강으로 자연배수를 하고, 하류에 위치한 상가와 주거지역 발생 홍수유출량은 빗물 펌프장으로 분리배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구 북구는 이런 지침을 무시하고 금호강의 수위조건(21m)에 따른 수문개폐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상류 산지의 유송잡물이 홍수류와 함께 직관로로 유입됐으나 고장난 직관로 수문에 막혀 금호강으로 바로 배출 되지 못하고 제진기로 유입되면서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또 노곡동 배수시스템의 관리주체가 대구시와 북구로 이원화돼 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노곡동과 유사한 전국의 39개 고배수지 시설 가운데 대구시가 운영 중인 노곡동과 다사서재 2곳만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조사단은 당장 8월중 발생할 수 있는 집중호우나 태풍 등에 대비해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해 △고장난 시설 임시보강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기 중 침사지 수문 폐쇄 △고지배수터널 유목유입방지시설 보강 △펌프장 관리인력 보강 등을 요구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