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 전망

관세 후폭풍 속 세제 개편안 조정·상법 개정안 발의 ‘주목’

2025-08-04 13:00:20 게재

미 고용 충격·제조업 지수 악화 등 경기 불안 확산

코스피, 저가 매수에 강보합 … 높은 변동성 우려

이번 주 7일(현지 시간) 미국과 주요국의 상호 관세가 발효될 예정이다. 지난주 미국 7월 고용과 제조업 지수 충격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가운데 미국과 주요국의 무역 협상 추이에 따라 시장은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지난 금요일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세제 개편안의 조정과 상법 개정안 발의 여부가 주목된다.

◆7일 0시 상호 관세 발효…주요국 행보 관심 =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정 상호관세율이 오는 7일 00:01분 발효될 예정이다. 69개 주요 경제권에 대해서는 10%~41%(브라질 별도 50%)가 부과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 상호 관세 발효 전이나 이후 중국과 캐나다, 스위스, 브라질, 대만, 인도 등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로 미국과 접촉을 이어가 관세율 조정에 나설 전망이나 반대로 보복 조치를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휴전 협상 타결 여부도 주목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러시아에 대해 10일 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진전을 압박하고 있어 8일(현지시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이 타결될지 주목된다. 만약 협상 불발 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관세 및 기타 조치를 예고했다.

◆미 고용 쇼크 여진…경기둔화 우려, 삼의 법칙 데자뷔? = 미국 고용 쇼크 여진과 경기둔화 우려 확산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미국의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3대 지수(다우 -1.3%, S&P500 -1.6%, 나스닥 –2.2%)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10만명)을 밑돌았고, 5~6월 일자리 증가 폭은 종전 발표 대비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됐다. 고용 지표 악화가 차익매물 출회 도화선(트리거)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양호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었다는 종전 고용 보고서 발표와 달리 최근 몇 달 새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세 충격에 따른 경기둔화가 이미 나타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아울러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쇼크와 아마존(-8.3%)의 3분기 가이던스 실망감, 대만, 인도, 캐나다 등에 대한 고율 상호 관세 부과 소식 등으로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 발표된 7월 제조업 PMI는 48.0으로 전달보다 1.0포인트 내려갔다. 시장 전망치(49.5)도 하회했다.

이 같은 “고용 및 ISM 부진 -> 침체 우려 -> 증시 급락”의 패턴을 보면, 삼의 법칙(직전 3개월 실업률 평균이 직전 12개월 중 최저치보다 0.5%p 이상 높아지면 침체 시작)까지 등장했던 작년 8월 초 폭락장의 데자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 트럼프가 정책 노이즈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7월 고용 쇼크를 놓고 수치를 조작했다면서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임시킬 것이라고 언급하고 연준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오는 8일(현지시간) 돌연 사임하는 것을 놓고, 파월 역시 사임하는 게 좋다는 압박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증시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5일 ISM 서비스업 PMI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7일에 나오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도 눈여겨봐야 한다.

◆세제 개편안 논란 지속 =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금요일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세제 개편안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 내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정책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여당 내부적으로도 “대주주 양도세 요건을 10억원에서 재상향”과 “기존 원안대로 추진” 사이에서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채, 국내 증시에 단기적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상법 개정 등 투자자 친화적 제도 개선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온 흐름과 대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정부의 발표 단계에 있는 것이라며 9월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에 실제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 반발 및 시장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상법 개정이 여전히 주주 친화적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세제안의 조정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성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도, 이번 세법 개정안 리스크의 현실화보다 시장 의견 수용 후 국회 논의를 거쳐 재조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2차 상법개정안 발의도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4일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법안들의 상정에 나선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상정해 처리할 방침이다.

◆코스피, 외국인은 여전히 매도세 = 지난주 금요일 폭락했던 코스피지수는 4일 오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 초반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5.12포인트(0.16%) 오른 3124.53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4포인트(0.16%) 내린 3114.27로 출발해 약보합세를 보이다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0억원, 496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외국인은 571억원 순매도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일대비 5.18포인트(0.67%) 오른 777.97이다. 코스닥은 1.04포인트(0.13%) 오른 773.83으로 출발해 잠시 하락 전환했으나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399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54억원, 15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1.4원 급락한 139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일 14.4원 급등한 1,401.4원을 나타내며 종가 기준 1400원을 웃돌았으나 미국 고용 쇼크의 여파로 1300원대로 큰 폭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7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3.7원 내린 1387.7원에 거래됐다.

4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1.25% 내린 98.70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주엔 한 때 100을 넘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 고용 쇼크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며 환율이 낮아지겠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 실망에 따른 국내 증시 부진은 원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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