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범죄에도 스토킹 법안 국회 계류

2025-08-04 13:00:21 게재

스토킹처벌법 17건, 스토킹방지법 2건 상임위에

여야, 사건 파장 커지자 뒤늦게 제도 개선 나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스토킹 관련 법 개정안이 모두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사이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스토킹 범죄 상당수는 계류 중인 법안들만 신속히 처리됐더라도 상당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은 각각 17건, 2건이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한 건도 없다. 처벌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방지법은 여성가족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쟁에 매몰된 국회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벌어진 이슈 대응에 집중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입법 활동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의 경우 검찰·사법개혁 등 첨예한 쟁점이 몰려있다. 아울러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진 법사위가 ‘게이트키퍼’ 역할까지 도맡아 여야가 목소리만 높이다 회의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사전 예방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후 국민적 공분이 집중되면 입법활동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국회의 관행이 됐다.

스토킹처벌법도 마찬가지다. 2023년 6월 반의사불벌죄 조항 등이 폐지된 게 마지막으로 통과된 개정안인데 이 또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형사처벌 및 피해자 보호 조치를 규정한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부터,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스토킹방지법은 2023년부터 시행됐다. 신생 법안인 만큼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를 시도한 혐의(살인미수)로 경찰에 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30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계류 법안들의 세부 내용을 보면 최근 발생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개선책도 상당수 포함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현행법을 참고해 지난 1월 ‘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그 밖의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새롭게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9월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잠정조치 결정 후 이행 실태를 수시로 조사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6월에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피해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울산 사건의 경우 집 앞에 가해자가 서성인다는 등 두 차례 112 신고가 먼저 이뤄졌다. 이후 100m 이내 및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내려졌지만 가해자는 이를 어기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중태에 빠뜨렸다.

지난달 26일 의정부 사건도 세 차례 스토킹 신고와 경찰의 보호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바깥을 활보하던 옛 직장 동료에게 피해자가 살해됐다.

잇단 사건들로 파장이 커지자 여야 정치권도 뒤늦게 입법 활동 등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스토킹 범죄는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차단이 핵심”이라며 “국회도 현재 계류 중인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 17건을 조속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응체제를 근본부터 뜯어고치겠다”며 “피해자의 의사에만 의존하는 현재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피해자 보호 중심에서 가해자 격리 중심의 실질적인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정비와 제도 개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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