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충격에 국채투자 불붙어

2025-08-04 13:00:38 게재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다시 치솟아 … 트럼프, 노동통계국장 해임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리노베이션 공사 중인 연방준비제도(Fed) 본부를 둘러보는 자리에서 서류를 가리키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해당 자료의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자,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를 다시 반영하며 국채 매수에 나섰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특히 단기물 중심의 급등세가 두드러졌으며, 이에 따라 한동안 고통을 겪었던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steepening, 단기 금리 하락, 장기 금리 상대적 고정) 전략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고용보고서에서는 7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부진했던 것 외에도 5~6월 수치가 총 25만8000명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84%까지 반영됐고, 연내 두 차례 이상 인하 전망도 재부상했다.

위즈덤트리의 채권 전략 책임자 케빈 플래너건은 “노동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25만명 이상 하향 조정은 시장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25%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단기물 금리가 급락하고 장기물 금리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이른바 수익률 곡선 상승(스티프닝)이 나타났다. 이는 최근까지 수익성이 떨어져 청산이 잇따르던 거래 전략이었다.

RBC글로벌자산운용의 블루베이 채권 CIO 마크 다우딩은 “우리는 여전히 스티프닝 전망에 긍정적이며, 이번 가격 흐름은 고무적”이라며 “2년물과 30년물 금리차 확대를 겨냥한 포지션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선물 거래량은 평소의 세 배 수준에 달했으며, 특히 정책금리 전망과 연동된 상품에서 집중적인 거래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9월 연준 회의에서의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선물 거래가 주도적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노동시장이 “균형 잡혔다”며 인내심을 강조하고, 물가도 목표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긴축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서 시장은 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예상을 깨는 고용 부진은 시장을 완전히 반전시켰다. 미슐러파이낸셜그룹의 토니 패런은 “파월 발언에 단기물 금리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들이 많았지만, 예상밖 고용 쇼크에 이들은 일제히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며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번 고용지표는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에게 명분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통계를 정치화했다며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해 시장 불안을 더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9월 인하 가능성은 커졌지만, 아직 실업률이 낮고 물가가 관건”이라며 “관세 인상과 이민 감소 등 공급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완만한 금리 인하 기대는 아직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스라는 이에 따라 전반적 채권 투자 비중은 늘리되, 수익률 곡선 스티프너 포지션은 일부 축소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 예정된 미 재무부의 분기 정례 국채 발행도 장기물 금리를 끌어올려 스티프닝 현상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총 12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며, 이 중 10년물과 30년물이 670억달러에 달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존 캐너번은 “이번 주 국채 발행 소화 과정에서 10년물 금리는 단기적으로 다시 4.3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일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4.22% 수준이다. 말버러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아시 매니저는 “우리는 여전히 스티프너 포지션을 유지 중이지만, 더 뚜렷한 경기 둔화 데이터가 나와야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금리 인하 사이클로 이어져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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