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잔디 “미국, 경기 침체의 벼랑 끝에 있다”
“관세·이민이 경제 흔들어” “전방위 둔화, 연준 속수무책”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의 문턱에 섰다는 경고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포춘(Fortune)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최근 경제 지표들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 지출은 정체되고, 건설과 제조업은 위축되고 있으며, 고용은 감소할 전망”이라며 “경제가 경기 침체의 벼랑 끝에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경고 신호는 노동시장 둔화다. 7월 신규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 1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수치의 대규모 하향 조정이다. 5월 고용은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6월은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최근 3개월 평균 고용 증가는 3만5000명에 불과하다. 잔디는 “최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채용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노동자 흡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록 실업률이 4~4.2% 범위에서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이는 노동 공급 감소 덕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이민 단속으로 지난 6개월간 외국인 노동자는 120만명 감소했고, 전체 노동참여율도 하락했다. 잔디는 “노동 공급이 줄면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낮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물가 부담은 여전하다.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근원 인플레이션은 2.8%로 연준(Fed·미국중앙은행)의 2% 목표치를 웃돌았다. 6월 소비자 지출 증가 폭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연준은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둔화에도 통화정책 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과 건설업도 약세를 보인다.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하락해 위축 속도가 빨라졌음을 시사했고, 6월 건설 지출도 단독주택 급감의 영향으로 줄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지만, 순수 국내 수요를 반영한 지표는 둔화를 보여줬다. 애틀랜타 연준의 GDP 추적기는 3분기 성장률을 2.1%로 예상하며, 2분기 3%에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3개월간 민간 부문 고용이 평균 5만2000명으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과 교육을 제외한 부문에서는 사실상 고용 증가가 멈췄다. 이들은 “기업은 일시적 둔화 국면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동 수요가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구조조정 전조”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잔디는 경기 악화의 원인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미국의 관세 인상과 매우 엄격한 이민 정책이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는 미국 기업의 이익과 가계 구매력을 갉아먹고, 이민 노동자 축소는 경제 규모 자체를 줄인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주 경제 데이터에서 드러난 결론은 명확하다. 경제는 지금 경기 침체의 벼랑 끝에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