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범’ 이상민 구속 후 첫 조사
윤 지시사항·국무회의 소집 과정 등 확인
한덕수 소환 임박 … 구속영장 청구 관측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 속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4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환했다. 이 전 장관이 지난 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구속된 후 첫 조사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이들을 총괄·지휘하는 위치에 있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소환조사와 신병확보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장관을 이날 오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달 28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지난 1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전 장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계엄 주무 장관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언론사 단전·단수 등을 실행하려 하는 등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받은 적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계획을 인지한 시점과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과정,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 받은 구체적인 내용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들고 한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를 확보한 상태다. 이 전 장관의 지시가 소방청 지휘계통을 거쳐 일선 소방서에 전달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혐의를 확인한 뒤 그를 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의 다음 수사 대상 국무위원은 한 전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국무위원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작성한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폐기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한 전 총리를 한 차례 조사했으나 당시엔 윤 전 대통령 혐의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를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24일 그의 주거지와 국무총리 공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다. 지난달 31일에는 한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특검팀 안팎에선 이르면 이번 주 중 한 전 총리를 2차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편 특검팀은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통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비상 의원총회 소집을 공고하면서 장소를 국회→여의도 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나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실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결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추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등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 추 전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특검팀은 최근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당내 상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또 조만간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당시 국회 상황과 표결을 앞두고 이뤄진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주 브리핑에서 “특검 수사 대상에는 국회 의결 방해 관련 부분이 특정돼 있고, 관련 고소·고발사건도 있다”며 “진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사람은 다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