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 짓는다
서울시, 국제지명 설계공모 실시
올 11월 선정, 2029년 12월 완공
서울시가 여의도에 두번째 세종문화회관을 짓는다. 한강과 여의도공원을 끼고 있는 도심 속 대형문화시설이 될 전망이다. 시는 5일 제2세종문화회관 설계공모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3년 여의도 공원 부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디자인 공모를 사전에 실시했기 때문에 참가팀은 제한된다. 사전 선정을 통해 5개 팀이 뽑혔으며 국내 건축사무소 3곳과 해외 건축가 2명이 포함됐다.
서남권 문화 랜드마크를 짓는다는 차원에서 일찌감치 ‘제2세종문화회관’으로 명명했지만 역할은 세종문화회관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시 관계자는 “단순 문화공간을 넘어 일상에 스며드는 열린 문화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남권 문화 랜드마크 = 정확한 대상지는 여의도공원 남단에 위치한 여의서로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사이 부지다. 흔히 문화시설이라고 하면 종로 세종문화회관, 서초 예술의전당, 마포 문화비축기지 등을 떠올리는데 한강을 마주한 위치는 제2세종문화회관이 처음이다. 시는 이 점에 주목해 “수변 문화 중심지로서의 상징성과 도시적 매력을 함께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계 조건은 단순히 ‘잘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시는 대중성과 공공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상 중이다. 총 연면적 6만6000㎡ 규모의 건물에는 1800석 규모 대공연장과 800석 짜리 중공연장을 비롯해 전시장(5670㎡), 예술교육시설이 집약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약 4236억원이며 이 가운데 설계비가 222억원을 차지한다.
공간 구성도 일반적인 공연장과 다르다. 건물 로비는 상시 개방형으로 계획되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식음시설과 전망대, 야외 공연 생중계를 위한 이벤트 스크린과 객석이 포함된다. 공연 티켓이 없어도 드나들 수 있는 문화시설로 기획하고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방문할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취지다.
해외 유명 공연장에서 운영 중인 백스테이지 투어나 건축투어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시가 구상하는 제2세종문화회관의 또다른 쓰임새는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는 구조’다. 주민은 물론 관광객 모두가 방문하고 활용하는 서울의 대표 문화명소로 키운다는 목표다.
공모 당선작은 오는 11월 4일 공개심사로 결정된다. 심사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며 참가작은 향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라운지에 전시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최종 당선팀은 설계용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며 계약 체결 후 14개월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행하게 된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내년 12월 착공을 거쳐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존 인프라와 연계·조화 ‘과제’ =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민단체 등에서 문래동에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오 시장을 고발했고 국회에서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장소 변경에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의도공원 녹지 보존, 한강 수변 자원과의 실효성 있는 연계 등 기존 인프라와 역할 분담, 상생 등은 논란 여지를 안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2세종문화회관은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에 알릴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