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브릭스와 최종 승부
중·러·인도·브라질·남아공 동시 압박 … 세계 무역·지정학 향방 시험대
전문가들은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단순한 관세정책이 아니라 브릭스를 상대로 한 ‘최종 승부수’이자 세계 경제 질서의 방향을 가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릭스 압박과 신흥국 대응 =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안으로 미중 관세 휴전 연장 여부와 러시아 관련 2차 관세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이다. 오는 11일(현지시간) 90일 유예가 끝나면 양국은 다시 ‘관세 치킨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 잠시 보류했던 고율 관세(미국 145%, 중국 125%) 일부가 부활하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제재의 핵심 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을 겨냥한 ‘2차 관세’ 시한을 10일로 설정했고, 사실상 최대 표적은 중국과 인도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직접 겨냥하는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의 새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인도를 향해서는 이미 첫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4일 SNS 트루스소셜에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여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상당히(substantially) 관세를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상호관세 25%에 ‘벌칙성 추가 관세(+α)’를 시사하며 인도와의 막판 협상을 압박한 것이다.
인도는 즉각 “불합리하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란디르 자이스왈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도 러시아로부터 우라늄과 팔라듐을 수입하면서 인도만 겨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국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과 남아공도 관세충격의 파장에 들어섰다. 브라질 커피 산업은 미국의 50% 고율 관세로 직격탄을 맞자 곧바로 중국으로 수출 활로를 확대했다. 중국은 브라질 커피 수출업체 183곳에 대규모 수입 승인을 내리며 미국 견제 행보를 보였다. 브라질 정부는 WTO 제소를 준비하고 룰라 대통령은 보복관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남아공은 30% 상호관세 부과를 맞자 “아프리카·아시아·중동으로 수출 다변화”를 선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징벌적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고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남아공 정부는 미국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세안·중동과의 신규 교역 채널도 본격화하는 등 브릭스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 갈라치기 전략과 역결속 위험 = 트럼프의 관세전쟁 2라운드는 표면적으로 ‘각개격파’ 전략에 가깝다. 그는 미중 관세 휴전을 연장해 단기 불안을 완화하고, 인도·브라질·남아공을 압박해 러시아와 중국을 간접 견제하려 한다. 러시아를 겨냥한 2차 관세 카드를 남겨두면 대선 전까지 양국을 동시에 흔드는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역설적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인도 압박은 오히려 인도-중국 접근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고, 브라질과 남아공은 이미 대중 수출을 늘리며 미국 우회를 모색하고 있다. 브릭스 5개국이 관세전쟁을 계기로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면 역내 교역·결제망 확대와 탈달러화 움직임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공격적 통상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이 의도하지 않은 브릭스 공조의 심화와 대체 공급망 구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선택은 단순한 통상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브릭스를 둘러싼 지정학 균형을 가를 중대한 시험대다. 트럼프의 ‘최종 승부수’가 미국 중심 질서를 강화할지 아니면 브릭스의 역결속을 불러올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