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돈 내면 관세 낮춰준 트럼프에 “글로벌 강탈”

2025-08-05 13:00:10 게재

“교역인질과 협상하는 행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다른 나라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게 만드는 행태를 뉴욕타임스(NYT)가 비판했다.

NYT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의 무역정책은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기술한 접근 방식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무역 상대국에 투자 약속이라는 형태로 돈을 내놓지 않으면 천문학적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을 사례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면담을 예고하고서는 “한국은 지금 당장 관세가 25%이지만 관세를 돈 주고 낮추겠다는 제안을 가지고 있다. 난 그 제안이 무엇인지 듣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면담에서 한국으로부터 3500억달러의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달러 구매를 약속 받고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앞서 일본도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고, EU도 유럽 기업들이 최소 6000억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뒤 관세를 낮출 수 있었다.

이런 협상 방식을 두고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파트너와 협상하는지 교역 인질과 협상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라고 NYT는 전했다.

우익 성향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이건 의심할 여지없이 일종의 글로벌 강탈(shakedown)”이라면서 “트럼프가 그럴 의향이 없는 국가들에 이런 조건을 사실상 강제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활용한다는 게 확인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NYT는 다른 나라들이 투자 약속을 모호하게 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의 관세를 피하려고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관세와 달리 투자와 구매 약속은 집행 여부를 감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EU는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기업에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일본이 약속한 투자의 대부분은 대출 형태다.

투자 약속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이미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3500억달러가 대출과 대출 보증의 형태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정부는 투자 수익의 90%가 미국인에게 간다고 밝혔다.

국가들이 약속한 대미 투자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의 대미 투자 총액은 1510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발표된 숫자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데 NYT는 주목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