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4.5%가 뉴노멀 될 것"
자금공급 줄고 수요 폭증
"연준의장 교체는 답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교체한다 해도, 구조적인 고금리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경제팀은 3일(현지시간)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국채와 기업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향후 4.5% 수준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저금리와는 반대되는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조적 요인들을 감안할 때 이 금리는 오히려 5%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금리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돈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 원리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세금 감면, 국방비 증액,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등을 이유로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고, 기업들도 AI 중심의 투자 경쟁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용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반면 자금 공급 측은 쪼그라들고 있다.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던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자산을 소비로 전환하고 있으며, 달러 가치를 부양하며 미 국채를 대량 매입하던 중국 역시 외환보유고가 2014년 약 4조달러에서 최근 3조3000억달러로 줄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국들도 자산을 미국 채권에서 자국 산업과 프로젝트로 돌리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을 피하게 되면서 자금 공급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의 정치화는 오히려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연금리’(경기과열이나 침체 없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금리)는 1980년대 이후 하락 추세였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의 저축 증가, 중국·중동의 미국 채권 매입, 기술 진보로 인한 투자비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현재는 이 모든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자연금리는 2012년 실질 기준 1.7%에서 2024년 2.5%로 상승했고, 2030년에는 2.8%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금리는 향후 4.5~5% 박스권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국채 금리는 6%를 넘을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AI 기반 산업 성장과 탈탄소화 전환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방위비 지출 확대도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블룸버그 경제팀은 미국이 탄소중립을 본격 추진할 경우 관련 투자 비용이 1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지금은 금리가 오르는 시대”라며 “이 흐름은 단지 한 명의 연준 의장을 교체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