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악수도 안 한다는 여야…혹독한 ‘빙하기’ 예고

2025-08-05 13:00:12 게재

정청래, 취임인사서 ‘송언석 패싱’… 김문수 “극좌와 악수 안 해”

국회, 이틀째 필리버스터 충돌 … 장동혁 “정청래는 내란 교사범”

여야 대표가 서로 만나지도, 악수도 나누지 않는 초유의 대치정국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악수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여야는 방송법 처리를 놓고도 필리버스터로 충돌했다. 야당 당권주자들은 여당 대표를 향해 “테러리스트” “내란 교사범”이라는 격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여야가 상당기간 ‘빙하기 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원내대책회의 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는 5일 당선 인사를 다니면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빼놓았다. 정 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진보성향 야 4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한다. 취임 인사를 다니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국회를 찾는 김민석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송 비대위원장은 예방 명단에서 뺐다. 여당 신임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찾아가지 않는 건 이례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5일 “(송 위원장을) 예방 오겠다는 연락이 전혀 없었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문식 국민의힘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고 맹비판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5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여야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새로 선출된 당 대표가 다른 당의 대표를 예방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며 “그것을 다 무시하겠다는 것은 포용과 공존이라는 생각이 정 대표 머리에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에 대해 사과·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는 저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사과·반성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유력 당권주자인 김문수 후보도 “민주당 정 대표는 극좌 테러리스트다. 극좌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경우에도 악수를 안 하겠다”며 정 대표의 ‘악수 발언’을 정조준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정 대표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5일 이틀째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전날 오후 4시 첫 주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1980년도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에 버금가는 언론 목 조르기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4일 오후 11시 30분까지 7시간 30분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김 현 민주당 의원의 반대토론에 이어 나선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오전 2시 40분부터 7시까지 4시간 넘도록 방송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4시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인 이날 오후 4시에는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시키고 법안 표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작전’은 24시간 만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8월 국회에서 추진할 노란봉투법 등 다른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8.22 전당대회에 출마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대여 공세에 경쟁적으로 나서 ‘빙하기 정국’을 예고했다. 장동혁 후보는 4일 “‘내란’이란 말과 ‘내란 공범’이란 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일 거라면, ‘줄탄핵’과 ‘줄특검’으로 계엄을 유발하고 정권을 찬탈한 주범인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교사범’”이라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서 국민의힘을 내부총질 세력 없는 단일대오 정당으로 만들고, 이재명과 정청래, 그리고 민주당에게 계엄 유발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있던 휴가비도 다 날렸지만, 이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 개미핥기 같은 대통령”이라며 “이재명정부의 전방위적 증세와 악법 공세는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좀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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