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상장규정 개편, IPO시장 불붙인다

2025-08-05 13:00:41 게재

최소 유통지분 완화 … 기관 배정물량 상향

홍콩이 상장규정을 개편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활황인 IPO(기업공개) 시장 중 하나인 홍콩증시의 열기를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거래소는 이달 1일 IPO 개편안을 공개했다. 중국 대형기업들의 홍콩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최소유통지분 요건을 기존 15%에서 10%로 완화하고 인기 IPO의 경우 기관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을 우선배정토록 했다. 해당 규정은 이번주부터 시행된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최소유통지분을 5%로 추가 인하하기 위해 향후 두달 동안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키로 했다.

이번 개편안의 목적은 중국본토에 상장된 기업들이 홍콩에 추가상장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기관투자자 몫의 주식을 충분히 확보해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홍콩 IPO 시장 규모가 220억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개편안은 상장시장 랠리를 연장하고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번 상장규정 개편의 핵심 변화는 홍콩 특유의 개인투자자 보호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다. 홍콩은 인기 IPO에서 개인투자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클로백(clawback)’ 조항을 운용해왔다. 이는 개인들의 수요가 일정수준 이상이면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주식을 일부 회수해 개인투자자에게 재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통해 거래소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가능한 최대 비중을 기존 50%에서 35%로 축소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클로백 조항 변경 필요성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IPO에서 주간사가 사전에 공모주식 수요를 조사해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북빌딩(bookbuilding)’ 과정에서 공모가가 과대평가되는 위험을 줄이고 상장 후 주가 급락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증권사 ‘광대증권국제’의 전략가 케니 응은 “이번 조치는 가격 안정성과 보다 정확한 기업가치 평가를 촉진함으로써 IPO 시장을 보다 건전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홍콩 IPO 시장과 전체 증시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배정물량이 줄어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개편안은 동시에 개인의 과도한 수요로 인한 가격 급등락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은 이번 개편안에 앞서 금융허브 위상을 강화하려는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홍콩거래소는 일부 기업에 대해 비공개 방식의 상장 신청을 허용했고, 중국본토 증시에 이미 상장된 대형기업들에 대해서는 상장심사기간을 30일로 단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 들어 홍콩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데에는 중국기업들의 잇따른 홍콩 추가상장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제조 대기업 ‘닝더스다이(CATL)’의 메가딜은 올해 전세계에서 가장 큰 IPO 거래로 기록됐다. 덕분에 홍콩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주식발행시장 2위 자리를 회복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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