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박성재·조태열·심우정 등 압색
이종섭 전 장관 호주행 ‘윤 범인도피’ 강제수사
‘VIP 격노’ 김용현·조태용 6·8일 마무리 조사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VIP 격노’ 사실을 확인한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한 ‘해외 도피 출국 의혹’ 강제수사에 나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팀은 전날 윤석열정부에서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 출국 의혹’에 연루된 법무부·외교부의 장·차관을 지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4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3월 4일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했다”며 “당시 이 전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 주요 피의자로 출국금지돼 있었는데, 인사 검증 등 절차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가 해제돼 결국 호주대사로 부임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고, 특검은 관련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전망이다.
특검법은 수사 대상 중 하나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사임 과정의 불법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외교부·법무부·공수처에서의 은폐·무마·회유와 같은 불법 행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검팀은 당시 외교부·법무부 당국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수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전 외교부 1차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노공 전 법무 차관 등 당시 정부의 외교부·법무부 최고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돼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범인을 도피시키려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법무부의 박행열 전 인사정보관리단장과 이재유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날 압수수색은 주거지를 제외하고 휴대전화와 차량 등에 대해 이뤄졌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선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4일 이 전 장관을 전격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은 대사로 지명된 당시 공수처 수사로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법무부는 임명 사흘 뒤인 그해 3월 7일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자마자 출금을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곧장 출국해 호주대사로 부임했다가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11일 만에 다시 귀국했고, 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3월 25일 전격 사임했다.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이 호주대사 임명을 통해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시민단체는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 등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박 전 장관측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무리한 수사”라며 반발했다. 박 전 장관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으며, 그 어떠한 부당한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VIP 격노’와 수사외압 의혹수사의 핵심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잇따라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은 2023년 7월 31일 소위 ‘VIP 격노’ 회의에 참석했던 김 전 국방부 장관을 6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7명 중 한 명으로, 회의 참석자 중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특검 조사를 받지 않았다.
정 특검보는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과 지시 사항, 이후 사건 회수 등 후속 조치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현재 구속된 상태로 서울동부지검 조사실에서 조사받도록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원장을 지난달 29일 1차 조사한 데 이어 오는 8일 오전 9시 30분 2차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 장관은 1차 조사 때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