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특별전형 제도, 본래 취지 훼손되고 있나
도시 학생 위장전입 등 제도 악용 심각 … 교육환경 열악하지 않은 지역까지 혜택
농어촌 지역 출신 학생을 위한 고른기회전형이 본래 취지와 달리 편법 악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 선발이라는 목적과 달리 교육환경이 현저히 열악하지 않은 읍면 지역 학생이나 도시 근교 농촌 지역 학생까지 포함되면서 입시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5학년도 전국 대학의 농어촌 특별전형 선발 인원은 총 9275명으로 집계됐지만 단순히 행정구역상 읍면에 6년 이상 거주·재학 요건만 맞추면 지원이 가능한 현행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신도시 팽창과 도시 근교 지역 개발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시와 거의 차이가 없는 지역의 학생들이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시 거주 학생과 부모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주소지를 농어촌 읍면으로 일시적으로 옮기는 위장전입과 편법 악용 사례다. 농어촌 특별전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단순한 행정구역 기준을 넘어선 세분화된 선발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어촌 지역 출신 학생을 위한 고른기회전형이 본래 취지와 달리 편법 악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 선발이라는 목적과 달리 교육환경이 현저히 열악하지 않은 읍·면 지역 학생이나 도시 근교 농촌 지역 학생까지 포함되면서 입시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 전형 선발인원 9275명 = 2025학년도 전국 대학의 농어촌 특별전형 선발 인원이 총 9275명으로 집계됐다. 수시 모집에서 7532명, 정시 모집에서 1743명을 선발한다.
이는 2024학년도 기준에서 소폭 증가한 수치로 농어촌 학생을 위한 고른기회전형의 선발 규모가 꾸준히 유지 또는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주요 대학을 비롯해 전국 다수 대학에서 농어촌과 고른기회, 지역균형전형을 통합하거나 별도로 운영한다.
연세대학교는 2024학년도 기준 농어촌전형으로 82명을 모집했으며 지원자 수는 219명으로 경쟁률은 2.67대 1을 기록했다. 최종 등록자는 81명이었다.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일반전형에 비해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부 인기 모집단위인 의학계열 등은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농어촌 전형은 대부분 정원 외로 선발되며 입학 정원의 4% 이내에서 모집하는 대학이 많다. 상위권 대학과 의학계열, 일부 수도권 대학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사회통합전형 또는 기회균형전형 내에 농어촌 학생을 포함해 선발 인원 확대와 기준 일원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인원은 2025학년도 기준 약 3만7400명으로 이 중 농어촌 등 고른기회 성격 대상을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
◆농어촌 전형 입시 경쟁률 현실 = 2025학년도 농어촌 특별전형 수시 입시 결과를 보면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일반전형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합격선은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농어촌전형의 경우 인문계열 최고 성적은 1.89, 자연계열은 1.72를 기록했으며, 연세대는 인문 2.98 자연 2.89의 평균 성적을 보였다. 고려대는 인문 2.54 자연 2.70으로 집계됐다.
지방 국립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인교대는 2.37, 공주교대 2.61, 청주교대 2.69의 성적을 기록해 교육대학의 경우에도 상당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시 농어촌전형의 경우 서울대 인문 294.50 자연 290.80, 연세대 인문 294.50 자연 271.80으로 나타나 수능 성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차상위계층 전형과 비교할 때 농어촌 전형의 성적대가 상당 부분 겹치는 구간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으로 농어촌 지역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두 전형 모두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학생 위장전입 등 제도 악용 심각 = 농어촌 특별전형은 읍·면 행정구역에 6년 이상 거주·재학 요건만 맞추면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농어촌 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겪는 것은 아님에도 행정구역만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신도시 팽창과 도시 근교 지역 개발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시와 거의 차이가 없는 지역의 학생들이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환경이 열악하지 않은 읍·면 지역 학생까지 농어촌 특별전형 자격을 얻는 것은 입시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장전입과 편법 악용 사례다. 도시 거주 학생과 부모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주소지를 농어촌 읍·면으로 일시적으로 옮긴 뒤 해당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으면서 창고나 활주로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주소만 올리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감사원 조사에서도 수차례 임시 거주와 허위 주민등록 등 편법이 적발된 바 있다. 일부 고소득층 가정에서는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가족 전체가 농어촌 근교의 전원주택이나 신도시 아파트 등으로 주소를 이전한 뒤 정해진 기간만 거주하여 자격을 갖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만 농어촌에 해당하는 도농복합지역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양평이나 가평 등 인근 대도시와 경계가 혼재된 지역에서는 도시 수준의 생활·교육 혜택을 누리면서도 행정구역만 읍·면으로 분류되어 특례 혜택을 받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농어촌 전형 가능한 지역’이 홍보 요소가 될 정도다.
◆농어촌 전형 기준 엄격하지만 허점 여전 = 농어촌 특별전형의 지원 기준이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개발에 따른 대상 확대로 제도 본래 취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학년도 기준 대부분 대학에서 공통 적용하는 농어촌 전형 지원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유형1은 6년 기준으로 지원자가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을 행정구역상 농어촌 읍·면 소재 학교에서 연속 이수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지원자 본인과 부모 모두가 해당 농어촌 읍·면 지역 또는 도서·벽지 지역에 계속 거주해야 하며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
유형2는 12년 기준으로 지원자가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모두 농어촌 읍·면 지역 또는 도서·벽지 지역의 학교에서 연속 이수해야 한다. 이 유형은 본인만 해당 농어촌 지역에 12년 연속 거주 조건을 충족하면 되고 부모의 거주 요건은 없다. 두 유형 모두 재학 및 거주 기간은 중단 없이 연속되어야 하며 일부 하루라도 거주기간이 중단되면 지원이 불가능하다. 특수목적고 졸업생은 농어촌 전형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학교 재학 중 행정구역 변경이 발생했을 때는 입학 당시 농어촌 읍·면으로 편입된 경우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학업 중 휴학이나 자퇴 등은 지원 자격에서 배제되며 재입학의 경우에도 연속성 원칙이 깨지지 않아야 인정된다.
주요 제출서류로는 주민등록등본과 주소변동내역이 포함된 주민등록초본(6년의 경우 부·모·학생, 12년의 경우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지원자격 확인서 등이 필수이며 대학마다 추가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엄격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지역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단순히 행정구역 읍·면 기준만을 적용하다 보니 실제로는 더 이상 교육 환경이 열악하지 않은 신도시나 도시 근교까지도 농어촌 전형의 혜택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과거 농촌이던 읍·면 지역이 사실상 도시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 구분의 변경이 없다면 여전히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 자격을 갖는다 유지한다. 이로 인해 학원·교육 인프라가 풍부한 신도시 학생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들도 농어촌 지역 출신으로 전형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벽지·농촌 거주 학생들은 경쟁 대상이 대폭 늘어나 전형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진정한 제도의 취지인 기회의 실질적 평등에 어긋나게 됐다. 시 지역과 신활력지역까지 대상이 확대되면서 기존 군 지역이나 도서·벽지 학생들은 입시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가 대폭 늘며 읍·면이라는 행정체계를 유지하다가 시로 승격되는 순간 농어촌 자격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행정구역 승격을 반대하기도 한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 및 생활 환경이 달라 무늬만 농어촌 학교 출신이 특혜를 받는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고등학교 규모별 교육격차 심화 = 전국 농어촌 고등학교 636개교 중 절반 이상인 375개교가 4학급 이하의 소규모 학교로 나타났다. 특히 1~2학급 규모의 학교가 177개교에 달해 농어촌 지역의 교육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개설 과목 수도 현저히 적어 1학급 규모 농어촌 고교의 경우 일반선택 과목 21.5개, 진로선택 과목 7.5개만 개설해 비농어촌 지역과 5개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김한국 경기 지평고 교사는 "교육 여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행 농어촌 특별전형은 단순히 행정구역상 읍면 지역에 거주했는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교육 소외 지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특별전형의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단순한 행정구역 기준을 넘어선 세분화된 선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여건과 경제적 취약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다층적 평가 체계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여건 기준 도입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단순히 읍·면 행정구역만이 아닌 학교의 교육환경인 교사 수와 진학률, 교육시설, 원거리 통학 등이 실제로 도시보다 열악한 곳에 해당하는지 객관적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