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금융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급증

2025-08-06 13:00:01 게재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자산건전성 저하 … 자본 적정성 악화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정지 발동 …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

작년 하반기 이후 금융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 6개사에 대해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됐고 5개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가 이루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 금융사가 4개사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등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와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부동산신탁사와 중소형 보험사 등 적기시정조치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사가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기시정조치 부과는 금융회사의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정지 발동과 신용도 저하 폭 확대로 이어져 투자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10년간 4곳→최근 1년 6곳 = 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1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은 곳은 6개사, 유예된 곳은 5개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PF 대출 부실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30개사 파산) 이후 2015년까지 저축은행들에 대해 경영개선권고 3건, 경영개선요구 4건, 경영개선명령 37건 등의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후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0년 동안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 금융사는 한맥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킨서스자산운용, MG손해보험 등 총 4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이후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업권에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부과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 업권에서도 재무건전성 악화로 중앙회로부터 재무상태 개선 조치가 부과된 조합은 2023년 이후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10월 씨앤에이치캐피탈(경영개선권고), 11월 무궁화신탁(경영개선명령), 12월 안국저축은행·라온저축은행(경영개선권고), 에스엔티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 등이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상상인저축은행(경영개선권고), 페퍼저축은행·우리저축은행·솔브레인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 지난 6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경영개선요구), 유니온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 등이다.

한편 적기시정조치 제도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의 3단계로 구분해 운용되고 있다. 적기시정조치 발동 요건은 크게 자본충실도 지표와 경영실태평가 결과로 구분된다.

◆부동산 경기 부진 영향 = 최근 금융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급증은 부동산PF 부실 확대 등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와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기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경우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부동산PF 부실화 리스크가 확대되고 차주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2022년 말 4.1%이던 연체율이 2023년 말 7.4%, 2024년 말 9.9%로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조달 비용 증가와 대손비용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총 79개사 중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41개사와 39개사에 달했다.

부동산신탁 업권은 신규 수주 위축으로 토지신탁수익이 크게 감소하고 신탁계정대 확대와 대손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어 14개사 중 2023년에 3개사, 2024년에 6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순자본비율(NCR)은 평균 1024%(무궁화신탁 -195.6% 제외)로 절대적으로 우수한 수준이지만, 최저 269%에서 최고 4057%에 이르는 등 업체별 편차가 매우 크다. 작년 한 해 하락 폭이 300%p를 넘은 업체도 5곳에 달한다.

◆건전성 이슈 다시 대두 = 저축은행의 건전성 이슈가 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10.4%로 2024년 말 대비 다시 올랐다. 이중 연체율이 12% 이상인 업체는 23개사에 달한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2%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도 16곳이나 되는 등 저축은행 업권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저축은행 업권의 2024년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른 적기시정조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저축은행 업권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아직 미흡해 당분간 적기시정조치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회사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 업권은 올해 들어서도 신탁계정대 증가가 이어지고 있고 1분기에도 4개사가 적자를 내는 등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보험업권 역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새 보험금지급여력비율(K-ICS) 제도 도입과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커져 지급여력비율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자본적정성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적기시정조치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 비율이 권고치를 밑돌면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김정현 전문위원은 “자본적정성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적기시정조치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도위험·투자자 리스크 증가 = 적기시정조치 부과는 금융회사의 신종자본증권 이자지급 정지 발동과 신용도 저하폭 확대로 이어져 투자자 리스크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은행, 은행지주, 보험의 경우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 조치 부과부터 신종자본증권 이자지급이 정지되며, 정지 기간 이자지급 의무가 소멸되는 비누적적 조건이다. 조치 사유가 펀더멘탈 저하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자금조달 및 운용이 주된 업무인 금융회사의 본원적 특성상 레버리지가 높고 평판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부실화 우려 금융회사’ 낙인 효과에 따른 자금조달 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단기간 내 부도 위험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현 전문위원은 “적기시정조치 부과 자체를 부도에 준하는 신용사건으로 보지는 않지만, 펀더멘탈 저하 수준과 적기시정조치 부과가 사업 및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한다”며 “적기시정조치 부과에 따른 신종자본증권의 필요적 이자지급 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도 약정에 따른 이자지급 정지를 부도로 인식하지는 않지만, 발행회사 신용도 저하로 판단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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