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알래스카 LNG’ 압박에 한·일은 싸늘
일본 “구체적 정보부족”
한국 “투자 고려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미온적 반응에 부딪히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을 남부 항구 니키스키까지 연결하는 800마일(약 1287km)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태평양 연안 동맹국들에 LNG를 공급하려 한다. 총사업비는 600억달러(108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협정 발표 당시 이 프로젝트를 ‘공동 사업’으로 소개하며 일본·한국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는 상태다. 미 정부는 양국과의 무역협상에 알래스카 LNG를 연계하며 지지를 압박하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은 경제성과 수익성 문제를 들어 사실상 거리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수입사인 일본 JERA의 츠가루 료스케 저탄소연료 총괄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당사에 프로젝트 검토를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사업 조건이 없으면 장기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일본까지 해상 운송 기간이 8일로 짧은 점은 매력적”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좋은 개념’에 그친다”고 했다.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하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특히 가스관 건설 비용이 과도하며,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미국이 아니라면 애초에 투자 검토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비용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정에서 향후 4년간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 투자를 약속했지만, 알래스카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알래스카는 1960년대부터 아시아에 LNG를 공급해왔지만, 남부 가스전이 고갈되며 북부 자원의 활용 방안이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이번 프로젝트도 10년 이상 된 계획이지만, 2016년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가 철수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중국 국영기업들과 체결한 구속력이 없는 공동개발 협정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이 프로젝트 재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국정연설에서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길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가 확보한 확약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만 국영 CPC는 지난 3월 연 600만톤 구매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했고, 태국 국영 PTT도 6월 200만톤 규모의 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정작 일본과 한국에서는 어떠한 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의 에너지 컨설팅사 라피던에너지는 이 프로젝트를 “정치가 상업 논리를 앞서는 투기적 투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탄소포집 설비를 포함한 가스처리시설, 수출터미널, 관련 파이프라인 등 2단계 사업 비용만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1단계 가스관 건설비 108억달러가 추가되며, 환경 소송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라피던 소속 애널리스트 알렉스 먼턴은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이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결정(FID)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