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무’ 전대…흥행·줄서기·이변 안 보인다
당원들 관심 ‘뚝’ … 2017년 최악 투표율로 돌아갈 가능성
줄서기 바빴던 의원 대부분 ‘관망’ … ‘제2 이준석’ 안 보여
제1야당 국민의힘의 8.22 전당대회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 안팎에서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투표권을 가진 당원들이 별다른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유력후보에게 줄서는 의원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권탈환의 기폭제가 됐던 2021년 ‘이준석 돌풍’도 감지되지 않는다. 8.22 전대를 놓고 ‘3무 전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대가 임박했지만 당원들이 무관심한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흥행이 안 된다는 것. △대선 패배로 낙심한 당원들이 당에 관심이 없어졌고 △계파를 대표하는 거물급 후보가 나서지 않았고 △유력 차기주자들이 불출마한 점이 흥행 부진 이유로 꼽힌다. 당원들의 무관심은 자칫 투표율 급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준석 돌풍’이 불었던 국민의힘 1차 전대(2021년 6월 11일)는 45.3%란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윤심(윤석열 마음)’이 강력하게 대두됐던 2차 전대(2023년 3월 8일)는 55.1% 투표율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동훈 바람’이 불었던 4차 전대도 48.5%란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무관심이 엿보이는 이번 6차 전대는 투표율 급락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원들의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2017년 대선 직후 전대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7년 대선 패배 직후 치른 전대는 당원들의 무관심 속에 25.2%란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대 투표율이 저조하면 새 지도부의 정통성과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의원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돕기 일쑤였다. 당규에는 현역의원의 전대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보좌진을 캠프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간접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전대를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일부 친윤 의원이 장동혁 후보를 돕는다는 얘기는 들리지만, 다수는 관망 중이라고 봐야할 것”이라며 “과거 전대와는 다른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거리두기는 친윤계(윤석열) 또는 친한계(한동훈) 같은 유력 계파의 대표성을 띤 후보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수 전 장관과 조경태·안철수·주진우 의원은 뚜렷한 계파색을 띠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이 친윤계 색채를 띠지만, 60여명에 달하는 친윤계가 집단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는다. 2021년 국민의힘 1차 전대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이준석 돌풍’이 재연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전망이다. 1차 전대 초반에는 중진의원인 ‘나경원-주호영 대결’ 구도라는 관전평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0선·36세 대표’라는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이준석 돌풍’은 이듬해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는 해석이다. 이번 전대에서는 ‘이준석 돌풍’ 같은 이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제2의 이준석’으로 부를 만한 다크호스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결국 바람보다는 인지도와 경력, 계파 싸움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대 초반, 찬탄파(조경태·안철수)와 소장파(주진우)가 반탄파(김문수·장동혁)에게 밀린다는 판세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