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대표 ‘속도전’…약일까, 독일까
윤리특위 설치 여야 합의, 무력화 논란
세제개편 의원 공개 논쟁 차단도 비판적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당선 직후부터 빠르게 논란 정리에 나서면서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원내대표 주도로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윤리특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세제개편 관련한 의원들의 논쟁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윤리특위는 여야가 합의한 결과물인데 이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겠다는 정청래 대표의 발언이 실제 실행될지는 한번 봐야 한다”며 “많은 문제점이 있는 합의이지만 여기서 무산되면 영구적으로 윤리특위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 윤리특위 구성안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6명씩 참여하는 것을 놓고 소수 야당들이 ‘거대양당의 짬짜미’라고 반대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내란세력을 징계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정 대표는 전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리특위 구성안에 대해) 지적을 좀 했다. (합의 과정에) 여러 속사정이 있긴 했으나 이건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본회의 상정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6 대 6(여야 동수 구성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운영위에서 민주당 문진석 간사는 ‘여야 동수’가 아닌 ‘민주당과 국민의힘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과 원내대표간 협의를 통해 결국 합의했고 상임위까지 통과시킨 여야 합의안을 지지층 반발에 따라 당 대표가 제동을 건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2대 국회를 개원한 이후 1년 이상 윤리위가 구성되지 못했다”며 “어렵사리 여야 협상 대표들이 모여서 국회의장과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른 내용이다.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 대표께서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 정신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세제개편을 놓고 여당 내부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발언 금지령’을 내린 부분도 논란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 중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놓고 여당 의원들간 방송과 SNS를 통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 대표가 지난 4일 “주식 양도세에 관한 논란이 뜨거운데 당내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 회의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들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논쟁의 선두에 있던 이소영 의원은 “지도부가 결론을 낼 때까지 신임 지도부가 제시한 논의구조를 따르고 공개적 토론은 자제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건강하게 토론하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별도의 공개토론 없이 내부 의견을 모은 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 나와 “(세제개편안은) 국정기획위, 정부 당 대통령실이 긴밀하게 협의하에 논의된 다음에 발표된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심사숙고하겠다는 스탠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의견도 정책위에서 확고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 정책위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모을 것”이라며 “동여의도(증권가)와 서여의도(정치권)의 온도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하고 상임위를 통과한 윤리특위를 당대표가 무효화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며 “다소 논란이 있는 문제지만 합의정신을 존중하는 게 민주적인 행태”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의 모습을 보면 윤리위의 활동이 의원 징계 등 실효성이 있지 않았고 특히 민주당 지지층들이 요구하는 45명 국민의힘 의원 제명은 의석수만 봐도 현실화되기 어렵다”면서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지 말고 통 크게 포용하면서 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