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숨겨 규제 피한 농심 신동원회장 고발
2021년 계열사 39곳 자료제출 누락해 대기업 지정에서 빠져 … 중소기업 세제혜택까지 받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농심의 동일인(기업총수) 신동원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 회사 10개사와 임원 회사 29개사 등 총 39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다.
이 때문에 농심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농심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계열사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돼 부당하게 세제혜택까지 받아왔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음잔디 기업집단관리과장은 “2021년의 경우,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회사들의 자산총액은 약 938억원이고 농심의 자산총액은 4조9339억원이었다”면서 “농심과 신동원 회장이 관련 회사를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검찰고발 초강수 둔 배경은 = 공정위가 지정자료 누락제출에 대해 기업총수 검찰고발이란 초강수를 둔 이유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계열사를 누락시켜 각종 대기업 규제를 피해왔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들은 중소기업에게 주는 각종 세제·제도상 혜택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2021년 대기업지정 누락으로 적어도 농심의 64개 회사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등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을 일절 받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회사들 중 일부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세제 혜택을 받는 등,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의 목적·근간과 관련정책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도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회사들의 자산총액은 약 938억원이다. 하지만 농심이 제출한 2021년도 자산총액은 약 4조9339억원이다. 결국 신 회장이 이들 회사를 누락하지 않았다면 농심은 2021년부터 대기업집단 규제대상(자산 5조원 이상)에 포함됐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고의적 누락 가능성 높아” =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농심은 2003년 ㈜농심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집단이다. 2003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제외됐다. 2008년 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된 영향이었다. 그러다 기업매출이 매년 꾸준히 오르면서 2022년 5월부터 현재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다시 지정됐다.
신 회장과 농심은 2021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외삼촌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유)전일연마 등 친족 회사 9개사를, 2022년에는 10개사를 누락했다. 또 신 회장은 2021~2023년 동안 누락된 친족 회사에 재직 중인 임원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29개사도 지정자료 제출 대상에서 누락했다.
농심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지정자료를 제출해 온 집단이다. 특히 신 회장은 기업집단 주력회사인 농심과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범위에 대해 파악할 책임자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누락된 친족 회사들은 외삼촌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로서 고 신춘호 선대 회장 장례식이나 신동원 회장의 딸 결혼식에 외삼촌 일가가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가 간 교류 관계가 인정되고, 특히 2023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부 임원 회사들에 대해서는 계열편입 대상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심과 신 회장은 공정위 현장조사(2023년7월)를 착수한 이후 뒤늦게 계열편입 신고를 했다.
◆신동원 “난 책임자 아냐” 주장도 = 한편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신 회장은 ‘농심의 동일인이 아니다’란 취지로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회장은 2021년 3월 고 신춘호 회장 사망 뒤 “공정위로부터 동일인 변경 통지를 받지 못했으므로 2021년의 경우 자신에게 지정자료 제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동일인 확인통지 전이라도 기존 동일인의 지위를 사실상 승계한 신동원 회장에 2021년 지정자료 제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제도는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이며 다른 법령에서도 대기업 판단기준으로 다수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