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먹거리물가 비상 … 현미 22.9% 수박 20.7% 급등
축산물·수산물·가공식품·외식 물가 고공행진 지속
최장 폭염에 시금치(13.6%)·열무(10.1%) 등 급등
정부, 공급확대·할인지원 통해 변동성 억제 나서
역대급 폭염과 폭우 영향으로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안정세였던 일부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불안한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 할인 지원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치(2.0%)에 근접한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산물도 7.3% 급등세 = 문제는 서민생활과 직결된 먹거리 가격이다. 축산물(3.5%), 수산물(7.3%), 가공식품(4.1%), 외식(3.2%) 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크게 높았다.
축·수산물 중에서는 국산 쇠고기(4.9%), 달걀(7.5%), 조기(13.4%), 고등어(6.5%), 굴(12.7%) 등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시리얼(18.6%), 오징어채(42.9%), 초콜릿(17.3%), 고추장(12.1%), 김치(12.5%), 이유식(11.1%) 등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7월에는 기록적인 폭염·폭우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6월에는 농산물 가격이 1.8% 하락했지만 7월에는 하락폭이 0.1%로 축소됐다. 시금치(13.6%), 열무(10.1%), 깻잎(9.5%), 수박(20.7%), 귤(15.0%) 등 폭염·폭우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물들의 가격이 급등했다. 쌀(7.6%), 현미(22.9%), 찹쌀(42.0%), 보리(41.6%) 등 곡물 가격도 고공행진을 했다.
통계청은 “폭염 일수는 작년 7월의 경우 4.3일이었는데 올해 7월은 14.5일이었다.”며 “폭염 영향으로 채소와 과실에서 상승률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소비쿠폰 물가자극 촉각 = 7월21일부터 지급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수요를 자극해 먹거리 물가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7월 물가에 소비쿠폰이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소고기 등 축산물에 수요가 몰렸던 점을 고려해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7월 국산 소고기는 4.9%, 돼지고기는 2.6%, 소고기 외식은 1.6%, 돼지갈비 외식은 2.3%씩 가격이 상승했다. 6월(국산 소고기 3.3%, 돼지고기 4.4%, 소고기 외식 1.2%, 돼지고기 외식 1.8%)과 비교하면 소고기와 소고기 외식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시에도 한우에 소비가 몰려서 가격이 올랐던 경우 있었다”며 “7월 21일 소비쿠폰 지급 이후 한우 공급 물량을 30% 이상 늘려서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대책은 = 정부는 여름철 먹거리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할인 지원도 강화해 폭염·폭우와 소비쿠폰 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배추는 정부 가용물량 방출 규모를 전월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일평균 7월 50~150톤→8월 200~300톤)하고 예비묘 공급도 50만주(250→300만주) 늘린다. 수박 등 폭염·폭우 영향을 크게 받은 품목 중심으로 정부 할인지원을 지속 추진한다. 특히 최근 소비자가격이 오른 쌀은 유통업체와 협력해 20kg당 3000원 할인하는 행사도 별도로 추진한다. 한우는 출하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8월에도 평시대비 30% 이상 공급한다. 닭고기는 국내 입식물량을 지속 확대한다. 수입산 닭고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국산 닭고기는 7월 말까지 4000톤 수입을 완료했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8월 중순부터 국내로 차질 없이 유입할 계획이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전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기상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변동성이 최소화되도록 품목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휴가철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행안부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