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공범·공천개입’ 의혹 추궁
김건희 여사 첫 소환 ··· 의혹 16개 “하루로는 어렵다”
‘건진 청탁·목걸이 수수’도 조사 ··· 허위공표까지 대상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6일 출석한 김 여사에게 물어볼 의혹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민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의혹 △명태균씨 무상 여론조사(뇌물) 수수 및 공천 영향력 행사 의혹 △건진법사 국정농단 관여와 고가 목걸이 미신고 의혹 △대선 허위사실 공표 의혹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법에 따른 수사 대상은 총 16가지로 관련 혐의가 방대하고 조사할 내용이 많아 이번 소환에서는 먼저 수사된 내용을 주로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임원들과 짜고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계좌 157개를 이용해 통정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김 여사는 본인과 모친인 최은순씨 계좌를 사용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에게 계좌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사건을 재수사한 서울고등검찰청은 최근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 직원과 3년간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바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3일 권 전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공천 의혹, 윤 부부 연관 = 공천개입 의혹에는 김 여사뿐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공모해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또 2024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과 김상민 전 검사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김 여사 조사에서 여론조사를 무료로 제공받았는지, 그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는지를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은 지난 4일 김 전 의원을 불러 조사했고, 1일과 지난달 31일 두 차례에 걸쳐 명씨를 대면 조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윤 의원은 명씨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시점에 자신도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은 지난 2022년 4~7월 사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건넨 명품 목걸이와 가방을 김 여사측이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핵심적 증거가 될 물품은 특검이 확보하지 못했다. 김 여사는 전씨를 통해 각종 인사 청탁을 받고 부적절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여사는 이밖에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한 6000만원대 목걸이를 비롯해 고가의 장신구 등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을 받는다. 김 여사측은 당시 논란이 일자 지인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 특검팀은 이 목걸이가 청탁 대가로 받은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해 모조품 목걸이를 확보하기도 했다.
◆추가 의혹, 재소환 전망 = 대선 경선 허위 사실 공표 의혹은 지난 2021년 10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발언한 내용이다. 당시는 이 주가조작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였는데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라는 의혹이다.
김 여사는 이 외에도 양평고속도로·공흥지구 특혜 의혹도 받는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종점 노선을 김 여사 일가 땅 일대로 바꿔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공흥지구의 경우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시행사에 지방정부가 부당하게 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고,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코바나컨텐츠 관련 의혹은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최한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삼부토건·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이렇게 김 여사 관련 조사 대상과 내용이 방대한 만큼 하루 만에 조사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첫 조사 후 곧이어 추가 대면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전 브리핑에서 “(김 여사 조사가) 하루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여사측은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측근 이종호 구속 = 한편 김 여사 측근이자 주식계좌 관리를 맡았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5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대표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정필씨로부터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20여차례에 걸쳐 8000만원을 받고 이씨가 형사재판에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 혐의를 받는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대표가 구속됐지만 그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연관돼 있어 구속을 계기로 특검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