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중국 화재’ 성도이엔지 연대 책임 확정

2025-08-06 13:00:01 게재

중국 5개 보험사, 성도이엔지 상대 구상금 소송

1심, 1천억원·지연손해금 지급 … 2심, 129억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중국 현지 시공사인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에 배상 채무 연대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또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 이를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도록 돌려보냈다. 성도이엔지가 중국 보험사들에 구상금 약 129억원에 더해 지연손해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3일 중국 보험사 5곳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연대책임을 진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며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중국 자회사 성도건설과 중국 우시 공장의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를 맡기는 내용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2013년 9월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2500㎡ 태우고 진화됐다. 성도건설 측 현장 직원들이 가스 배관 밸브를 잘못 연결해 폭팔성 혼합물이 만들어졌고 정전기를 만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재물손해와 휴업손해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했고, 5개 중국 보험사는 8억6000만달러(약 1조1962억원)를 지급했다.

중국 보험사들은 자국에서 성도건설을 상대로 보험금 중 일부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법원은 성도건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1억2000만달러(167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중국 최고인민법원에서 확정됐다.

중국 보험사들은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도 구상금 10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화재에 성도건설의 과실이 있고 성도건설 직원들이 사실상 성도이엔지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성도이엔지가 사용자책임(중국법상 ‘용인단위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중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는 점에서 중국 민법을 근거로 해당 사건을 심리했다.

1심은 중국 보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도이엔지가 1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선 배상 인정 금액이 128억원으로 줄었다.

성도이엔지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지만 책임 범위는 화재 직후 성도건설이 성도이엔지에게 미분배 이윤을 배당한 부분으로 제한했다.

성도건설은 화재가 발생한 4개월 뒤인 2014년 1월 7800만위안(15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는데, 이를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주권 남용 행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배상 책임 범위를 배당 부분으로 제한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에서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해선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중국 법원은 성도건설의 구상금 채무에 관해 중국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판결에서 정한 기간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로 계산한 채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의 경우에도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중국법에 따른 지연손해금 조항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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