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정점’ 김건희, 특검 피의자 출석

2025-08-06 13:00:01 게재

헌정사 첫 전 영부인 공개소환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

도이치 주가조작 등 16개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35일 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30분 자택을 출발한 김 여사는 10시 11분쯤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내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선 김 여사는 “국민 여러분께 저 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었던 것과 달랐다.

다만 김 여사는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았나” “도이치 주가조작을 미리 알고 있었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수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참고인 신분이었고 비공개였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재직 때인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한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검사들이 휴대폰을 반납한 뒤에야 비공개로 조사가 이뤄져 ‘황제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김 여사에 대한 특검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2012년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참여해 시세조종을 공모하거나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0대 대선 과정에서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 공천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받고 통일교 현안 청탁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밖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 김건희 특검법에 적시된 수사 대상 의혹만 16가지에 달한다.

특검팀은 이 가운데 비교적 증거와 진술이 많이 확보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우선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손실이 났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를 위해 1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 여사 대면조사는 혐의별로 부장검사들이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앞서 김 여사측이 건강문제를 이유로 “오후 6시 전에 조사를 종료해 달라”고 요청했던 만큼 이날 심야조사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김 여사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워낙 많다보니 앞으로도 여러 차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박광철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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