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들은 어떻게 조선의 기초를 세웠을까
왕과 재상/김진섭/지성사/2만9000원
역사의 조명은 주로 군주를 비춘다. 군주의 공과는 세세하게 기록되기 마련이다. 군주 옆의 재상은 군주의 공과를 만드는 조력자다. 군주에 대한 평가는 이 조력자의 능력과 비례한다는 점은 불문율이다. 군주의 그림자 같은 재상이 군주의 눈을 가리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보게 하기도 한다.
‘왕과 재상’은 고려시대 말기에 관에 들어와 조선 건국 시대에 재상으로 빛을 본 22명의 인생과 업적을 소상히 들췄다. 김진섭 작가는 ‘역사는 어떻게 소비되는가’라는 주제로 역사를 살펴왔다. 이 책은 그런 시각으로 조선 왕조 태조부터 세종 대까지 조선 초기 재상들의 성장과정과 인간관계, 관직생활과 정책, 정치 성향과 왕과의 관계, 재상으로의 등용과 역사적 평가 등을 자세하게 섭렵했다.
성리학을 앞세운 조선에서는 초기부터 재상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국가체제를 신속하게 수립하기 위해 국가 비전을 설계하고 제도로 구체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과 실리를 놓고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벌이기도 했고 민생을 챙기며 정치적 명분과 지지기반을 다지기에 주력하기도 했다. 재상중심의 정치 실현과 현실 정치에서 왕권과 신권을 놓고 벌이는 권력투쟁은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
이야기는 ‘태조‧정종 대:창업주와 지원 세력들’, ‘태종 대:왕권과 신권의 대립과 조화’, ‘세종 대:그 왕에 그 신하들’ 등 3부에 걸쳐 연대기로 펼쳐진다.
여말 선초의 정치와 재상은 조기대선으로 정권교체한 이재명정부와 맞닿아 있다. 과거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바꿔야 하는 도전을 맞았다. 12.3 계엄세력과의 결별과 함께 AI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 대통령과 CEO의 참모들은 어떠해야 할까. 22명 재상의 장단점을 조합해 보면서 ‘필요한 인재’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저자 김 작가는 동국대 만해마을 교육원 교수와 춘천 교육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고 교양 강의와 대중 역사서 집필 활동 중이다. ‘왕의 밥상’ ‘왕비, 궁궐 담장을 넘다’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조선의 책’ ‘신화는 두껍다’ 등을 썼다. ‘김치의 혁명을 몰고 온 고추’ ‘우산,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다’ 등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