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부동산거래 급증…거래시스템 손봐야
서울시 1년새 1573건 적발, 과태료 63억
“단속보다 사전차단에 초점 맞춰야” 지적
서울 부동산 거래에서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1년간 부동산 거래 가운데 위법행위 1573건을 적발해 과태료 63억원을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한 위법행위 건수와 과태료 부과액은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만1578건을 조사해 1573건을 적발하고 6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앞서 2023년 7월부터 1년간은 9565건을 조사해 1017건을 적발하고 약 4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위법행위 유형으로는 ‘지연신고’가 가장 많았다. 부동산 거래가 체결되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거래 정보를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기 않은 경우다.
위법행위로 인한 과태료 부과 외에 특수관계인 사이에 편법 증여 의심 사례와 차입금 거래 등 양도세·증여세 탈루로 추정되는 3662건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통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 부동산거래, 시스템 개선 필요 = 주목할 점은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불법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상반기 465건에서 2024년 1017건, 올해 1573건으로 적발 건수가 증가했다. 같은 시기 과태료 금액도 20억원에서 40억원, 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자체 개발한 부동산 동향분석 시스템을 통해 이상 거래를 선별하고 집중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자치구와 공조해 불법 중개행위 점검을 매월 진행하고 있다.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불법 행위가 즐어들지 않으면서 사전 차단 중심으로 활동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과열되는 서울 부동산 시장 현황을 감안할 때 단속 중심 대응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부터 자금 흐름까지 사전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며 “에스크로 제도와 중개업계 감독구조 개선이 동반돼야 시장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계약서 작성 정확도를 높이고 자금출처 검증을 강화하는 등 위법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스크로 제도는 거래 대금과 권리증서를 제3 기관에 예치해 거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제도다. 자금 유용이나 서류 위조를 방지할 수 있고 거래 당사자와 예치 기관 사이 이해관계가 없어 부동산·전자상거래 등에서 사기나 분쟁 방지에 활용된다.
위법행위의 기준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위법행위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 게 지연신고인데 이는 행정 기관 편의적 사고”라며 “다른 불법 거래에 비해 큰 문제라 할 수 없는 지연신고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를 포함해 적발건수를 늘리는 것은 부동산 거래 정상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거래 시스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조사기간별 적발 건수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2023년 상반기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12.3%, 같은해 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에는 10.6%, 2025년에는 13.5%가 적발됐다. 모 집단인 조사대상 규모가 바뀐 것을 감안하면 적발 건수는 비슷한 비율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 데이터 전문가는 “조사 때마다 평균 12.1% 위법 거래가 적발됐다”며 “위법 거래 규모가 일정하다는 것은 거래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표”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방활동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무엇보다 실수요 중심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