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넘어 지속가능 자원개발

2025-08-07 13:00:02 게재

한경협 ‘BEV’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투자 기업 분석 …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해야”

세계적인 벤처펀드가 진행하고 있는 기후테크 기업 투자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일 ‘빌 게이츠 픽(Pick) 기후테크 스타트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벤처캐피탈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가 투자한 스타트업 20개사를 소개했다.

BEV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투자펀드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기업들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총 35억달러를 확보해 110여개사에 투자하고 있다. BEV 투자회사 가운데 한국기업은 없다.

보고서는 운송 분야 눈에 띄는 기업으로 하늘과 바다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행기와 선박제조 업체를 주목했다.

우선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일반연료와 배터리를 결합해 동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항공기 개발기업이다.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최대 200km까지 순수 전기만으로 비행 가능한 30인승 항공기를 개발했다.

25명 탑승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드로 최대 800km까지 비행 가능하다. 필요한 활주로가 짧고 낮은 소음으로 도심 인근 공항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1억7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보고서는 또 전기 배터리 기반 해상 운송선박을 개발하는 ‘플릿제로’와 메탄올 연료전지 기반 해상용 발전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있는 ‘블루월드테크놀로지스’를 소개했다.

BEV는 건설 철강 화학 등 고탄소산업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안토라에너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연구진들이 설립한 열배터리 개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고체 탄소블록에 저장하고 필요 시 다시 전기나 열로 사용하는 ‘열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과잉 생산된 재생 에너지가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온이 필요한 중공업의 열원을 화석연료 없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배터리는 기존 축열재보다 비열이 30~70% 높아 재료 질량당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섭씨 3600℃에서도 고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토라에너지는 지난해 기준 약 1억5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보스턴메탈은 전기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무탄소 제철 공정’을, 브림스톤과 에코셈은 석회석 대신 규산염이나 대체 재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시멘트를 개발 중이다. 디옥시클은 이산화탄소(CO₂)를 전기분해해 에틸렌(C₂H₄)을 생산하는 기술로 화학산업의 탈탄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건설 철강 화학 등 고탄소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BEV는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지속가능한 자원과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갈리(GALY)는 면화 식물 세포를 바이오리액터에서 배양해 ‘세포 배양 면화’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면화보다 물 사용량을 99%, 토지 사용을 97% 줄이고, 탄소 배출량은 77% 이상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환경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아동·강제노동 등의 윤리 문제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의료기업과 5000만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용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44.01’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해수와 함께 지하 암석(감람암)에 주입해 고체 탄산염으로 전환·저장하는 ‘탄소광물화’ 기술을 개발했다. 하루 최대 60톤의 탄소를 제거한 실증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추공 하나당 100톤을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 기술은 자연적으로 수천 년이 걸릴 탄소 고정 과정을 1년 내외로 단축할 수 있어 영구적이고 안전한 탄소 제거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한경협 ESG경영자문단 자문위원인 민배현 이화여대 교수는 “기후테크는 우리 산업구조 전환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분야”라며 “BEV 등이 주목하는 기후테크 분야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현주소와 기대효과를 정량화해 국내 투자 의욕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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