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잇단 자책골에 야당 주도권 잡을까…“연말이 분수령”

2025-08-07 13:00:01 게재

인사 파동→주가 폭락→이춘석 … 국힘, 주도권 탈환 기대감

“아직 일러” “추가 악재·특검 만료·허니문 종료되는 연말 분수령”

여권발 자책골이 잇따르면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여권이 틀어쥐었던 국정 주도권이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연말이 국정 주도권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발언하는 송언석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7일 여권은 ‘이춘석 악재’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 의원은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민심의 분노를 자초했다. 휴가 중인 이 대통령이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민주당은 이 의원을 제명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그만큼 ‘이춘석 악재’의 폭발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증권거래세 인상과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코스피가 폭락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여권은 차명 주식 거래 의혹과 세제 개편안으로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자책골의 출발은 인사였다. 이재명정부 첫 내각 인사는 숱한 논란 끝에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가부장관 후보자 낙마로 귀결됐다. 여권은 인사 파동→주가 폭락→이춘석 의혹이란 ‘3연속 자책골’로 민심에 큰 실망을 안긴 셈이다.

야권에서는 여권 자책골의 반사이익에 기대를 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국정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여권발 자책골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이 사건(이춘석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형 내부 정보 악용 국기 문란 게이트, 일명 이춘석 게이트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며 “경찰 역량만으로 엄정한 수사가 어려운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특검을 주장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여권의 세제 개편안을 겨냥해 “앞에서는 ‘코스피 5000시대’를 말하면서 뒤로는 개인 투자자 주머니를 털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거센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6일 “이재명정부가 주가 제고를 통해 경제관심층의 호응을 얻으려는 흐름에 이춘석 의혹은 제약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이것만으로 국정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춘석 의혹은) 굉장히 질이 좋지 않지만, 특검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이 계엄·탄핵 수렁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여권이 당분간은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기간 이후에는 국정 주도권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연말이 1차 분수령으로 꼽힌다.

‘연말 분수령’ 시나리오의 첫 번째 근거는 여권발 자책골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야관계와 한미관계, 인사 등에서 언제든 악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3대 특검 수사기간이 최장 140~170일인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 대부분 종료된다. 야당이 ‘특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와 민심 사이의 ‘허니문 기간’도 연말이면 얼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건들이 겹치면 국정 주도권이 여권에서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연말에는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맞으면서 국정 주도권이 여야 어느 쪽을 향할 지 새로 방향을 정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여권발 실책이 계속 축적되면서 야당에게 공세 이슈를 제공하고, 국민의힘이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한다면 모종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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