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에 국방 특수…방산스타트업 대박

2025-08-07 13:00:01 게재

군 현대화 등에 400조원

안두릴·팔란티어 등 수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이 국방·보안 테크 스타트업 업계에 막대한 기회를 안기고 있다. 피터 틸이 투자한 안두릴(Anduril)과 팔란티어(Palantir) 등이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

법안은 미군 현대화, 국토안보 강화를 위해 총 3000억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60억달러는 국경 감시기술 확충에 쓰이며, 상당 부분은 무인 감시탑 설치에 배정됐다. 현재 이 분야에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는 안두릴이 유일하다.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가 설립하고, 피터 틸이 초기 투자한 안두릴은 이미 멕시코 및 캐나다 국경 지역에 AI 기반 자율 감시탑을 대규모로 공급해 왔다. 이번 법안에는 ‘CBP가 성능을 검증·인정한 자율형 감시탑에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명시돼, 사실상 안두릴에 독점적 수혜가 돌아가는 구조다.

팔란티어도 수혜 폭이 크다. 지난 4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3000만달러 규모의 이민 추적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미 육군과는 수십 건의 계약을 통합한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단일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정부 매출 증가에 힘입어 최근 분기 수익이 5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국방부에 1500억달러, 국토안보부에 1650억달러를 각각 배정했다. 드론, 해군 기술, 핵 억지력 체계 등 첨단 무기 개발 예산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시작한 1500억달러 규모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골든 돔(Golden Dome)’도 AI·위성·센서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실제 우주 기술 스타트업 투자금은 2분기 중 31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50% 이상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팔란티어, 안두릴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팔란티어 전 정보 책임자 그레고리 바르바치아는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로 임명됐고, 안두릴 이사 마이클 오바달은 육군 차관보로 지명됐다. 팔란티어 최고기술책임자 샤얌 산카는 예비역 신분으로 육군의 AI 기반 군수산업 구축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메타, 오픈AI 등 민간 테크 대기업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합류한 1789캐피털은 안두릴과 해드리언 등 방산 제조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했으며,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도 자녀 명의 계좌를 통해 팔란티어 주식 1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팔란티어는 올해 들어 S&P500 종목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록히드마틴 등 전통 방산 대기업의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최근에는 구글, 오픈AI, xAI, 앤트로픽 등이 국방부와 AI 기술 도입을 위한 총 8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재산업화(Reindustrialize)’ 콘퍼런스에는 수백 개 스타트업과 함께 실리콘밸리 투자자, 대형은행 관계자, 미 육·해군 및 CIA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분위기를 보였다. NATO 주재 미국 대사 맷 휘터커는 이 자리에서 “AI, 양자기술, 우주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미국 혁신 역량을 전면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리전트'는 행사에서 국방용 수륙양용기 개발 부문을 공식 출범했고, 정부 컨설팅 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은 방산 스타트업 투자액을 기존보다 3배 늘린 3억달러로 확대하며 향후 5년간 25개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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